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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지주 주가조종 수법은?-성세환회장 등 9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8개 금융 지주회사 가운데 5위 규모인 BNK금융지주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거래기업에서 390억원을 동원해 464만5000여주의 자사주식을 매입하게 하는 등 주가를 조종한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수부, 성 회장 등 2명 구속기소, 다른 임직원 7명 불구속 기소 #조직적으로 공모해 임직원들 390억원 동원해 464만5000여주 매수케 해 #검찰 "하락한 자본적정성 제고, 연임 앞둔 회장 부실경영책임 방지 등 위해"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 같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BNK금융지주 성세환(65) 회장과 BNK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계열사 사장 김모(60)씨를 구속기소 하고, 계열사인 ㈜BNK투자증권 박모(56)대표이사와 부산은행 지점장 등 7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등 모두 9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성 회장은 2015년 11월 25일 회의에서 BNK 그룹 계열사 대표들에게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지시하고 계속 매수상황을 보고받는 등 시세 조종을 지시한 혐의다. 성 회장은 2016년 3월 금융 지주 회장 연임을 앞두고 연임 결정 이전에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 적정성을 높여 부실경영책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성에 따라 2015년 11월 17일 전격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성 회장은 그러나 유상증자 공시로 다음 날 주가가 22.9% 급락(전일 종가기준 1만2600원에서 9720원으로 하락)하자 이를  반등시켜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계열사 등 임원들에게 거래처를 동원해 주식을 매수토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NK금융지주 김 부사장은 회장 지시에 따라 부산은행과 여신거래관계에 있던 거래업체 명단을 작성한 후 부산은행 임원들에게 거래업체를 할당해 주식매수를 요구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부산은행 임직원들은 부산은행 거래기업 46곳에 주식 매부를 부탁·권유해 거래기업과 개인 46곳이 464만5000여주 39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직원들이 거래업체에 주식매수를 요구한 수법은 다양했다. 영업본부장이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래업체에 주식매수를 요구한 것을 비롯해 지점장은 자금이 없어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는 거래업체 대표에게 여러 차례 찾아가 “인사고과를 잘 받으려면 꼭 주식매수가 필요하다”고 통사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지점장들은 발행가액 산정기간 말일(2016년 1월 8일) 오후 거래처 대표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실적 때문이니 오늘 좀 주식을 사달라”고 종가시간에 주문을 넣도록 하는 등 무리하게 주식매수를 부탁한 사례가 확인됐다.  시세조종에 동원된 거래업체는 부산은행 임직원들로부터 매수 요구를 받고 대부분 2015년 12월 하순부터 2016년 1월 8일 사이에 BNK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BNK투자증권 박모(56) 대표이사 등 투자증권 임직원들은 거래처 46곳 39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발행가액 산정기간인 2016년 1월 7일부터 이틀간 거래처 14곳의 자금 172억9000여만원을 이용해 115회 189만여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과정에서 고가매수·물량소진 주문 등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임직원들의 조직적인 주가조종으로 BNK금융지주 주식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 1만2600원에서 2016년 1월 7일 최저가 8000원까지 하락했다가 결국 최저가 대비 330원 상승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확인됐다.

BNK금융지주는 2014년 경남은행 인수로 인한 자본적정성 하락, 2015년 9월 해운대 ‘엘시티’ 사업 1조15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BNK캐피탈의 667억원 규모 금융사고 등으로 위험자산이 증가하면서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지검 윤대진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금융 지주 그룹이 주가를 조작한 최초 적발 사례이자 금융 지주 회장이 구속된 최초 사례”라며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갑질과 기업과의 ’검은 카르텔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BNK금융지주는 2016년 기준 자산총액 106조3500억원, 매출액 4조9000억원,자본금1조 6200억원으로 국내 8개 금융 지주회사 가운데 5위 규모의 회사며, ㈜부산은행·㈜경남은행 등 8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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