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일보 “北 핵 개발 중단, 韓ㆍ美는 군사훈련 멈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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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ㆍ정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인민일보가 30일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사설을 싣고 북한과 한ㆍ미 쌍방을 모두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을 통해 북한에 대해서는 핵ㆍ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한ㆍ미에 대해서는 군사훈련과 군사력 증강 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양비론으로 양측에 모두 자제 촉구 # 왕이 외교부장 ‘이중강화론’과 유사 # “제재와 대화 노력 모두 강화해야” #

인민일보는 그동안 한반도 위기론이 고조되는 속에서도 사설ㆍ논평을 통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한 사설을 실었다. 내용은 양비론에 가까왔고 북한과 한ㆍ미에 할애한 분량도 균형을 맞췄다.

인민일보는 ‘한반도는 책임지는 행동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반도 정세가 판이 깨질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데, 북한과 한ㆍ미 쌍방은 일이 어떻게 해서 오늘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서두를 꺼냈다.
이어 북한에 대해  “핵 미사일 개발은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지역 모두의 안전을 극도로 불안케 하는 것”이라며 “안보리 결의를 존중하고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핵 개발이 제재를 낳고 뒤이은 미사일 발사가 추가 제재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더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보 문제상 시종 엄중한 위기감을 안고 있는 북한이 하나의 주권 국가로서 자신의 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크게 비난할 수는 없다”고 전제해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이어 비판의 대상을 한국과 미국으로 돌렸다. 사설은 “마찬가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줄곧 핵문제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긴장 국면을 더욱 가속화시켜 왔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합리적인 요구를 거절하고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고집한다면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한 공간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ㆍ미의 연합 훈련과 전력 증강을 가리키며 “상대방의 목 주변에서 칼을 가는데 어찌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이 없겠는가“며 북한의 도발을 정당한 반발에 비유하는 듯한 표현도 썼다.

인민일보의 사설과 28일 안보리 회의에서의 왕이(王毅) 외교부장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의 입장이 드러난다. 왕 부장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중강화론(雙加强)’을 처음 제기했다. 이는 대북 제재도 강화하고 동시에 대화 노력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그가 밝힌 압박 강화론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새로운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다는 전제 하에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감소 등의 조치에 동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왕 부장은 "무력 사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화와 협상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며 대화 노력도 동시에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한ㆍ미의 입장과 상충된다.
그는 또 "중국은 북핵문제 갈등의 주요 당사자가 아니며 해결책이 우리 수중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발언했다. 궁극적으로 북ㆍ미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중국이야말로 유일 무이한 지렛대"라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되는 압력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는 북핵 문제 당사자 간의 신뢰에 타격을 준다“며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추가핵실험을 막기 위한 노력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도발을 할 경우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한 제재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통한 해결에 반대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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