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가 느닷없는 보내온 사드 배치비용 청구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비용의 한국 분담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정부에 사드 배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통보(inform)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한국을) 지키는데 왜 우리가 비용을 내야 하느나. 한국이 내야 한다”면서다.
그는 “사드 시스템은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달러”라고 소개했다. 그의 발언은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가 실전 운용에 들어갔다고 한미 당국이 공개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는 경이적(phenominal)이고, 가장 신뢰할만한(incredible) 장비"라며 "하늘을 날으는 미사일을 곧바로 요격한다”고도 말했다.
 한·미는 지난해 7월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한 이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부지와 기반시설 등은 한국이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그런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발언에 한국 군 당국은 당혹스러워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는 보도 직후 “한미간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도 “사드 비용 부담과 관련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지받은 바 없으며, 국방부의 입장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간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2월 맥마스터 보좌관 임명 이후 두 사람은 면담을 한번하고, 전화통화를 네번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기류가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통화에서 “맥마스터 보좌관은 물론 지난 2~4월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의 방한 당시 한국 정부 인사들과 만났을 때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이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을 보호하기위한 방어용이라고 강조해온 것과도 맞지 않다. 지난 3월 방한한 틸러슨 국무장관은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드는 한국의 방어와 한국에 있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늦어도 내년중 시작될 2019~2023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해왔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장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받겠다는 뜻보다는 향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또한번 제기됐다. 발언 시점을 고려할 때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한국 새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중국에 비해 미국과의 정상간 소통이 한발 늦은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새 정부 출점 직후 생각치 못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세현ㆍ유지혜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