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안철수-김종인, 국민대통합정부 발표.. "역대급 철새" 비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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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손을 잡았다. 표면적으로는 통합정부를 매개로 한 개헌 추진이지만 속내는 사실상 ‘반문재인 연대’의 현실화다.

안 후보는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대통령이 되면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 세력과 힘을 합쳐 나라를 바꾸겠다”며 “대한민국 위기 극복을 위한 강력한 개혁공동정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전날 밤 김 전 대표와 긴급회동한 것과 관련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요구하는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선 “권력구조 개편은 국회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결정이 되면 전적으로 거기에 따르겠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30일 공식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다. 국민의당 입당보다는 외곽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라면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임기단축 개헌 부분에 대해서도 “(27일 심야회동에서) 안 후보가 그렇게 할 생각도 갖고 있더라. 묵시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통합정부 안(案)을 짜서 안 후보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청와대 비서실 축소, 민정수석실 폐지 ▶국가대개혁위원회 설치 ▶책임총리ㆍ책임장관제 도입 ▶정당 간 상설협의체 설치 등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책임총리에 대해선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합의해서 추천하면 그에 따르겠다”며 “책임장관도 책임총리의 추천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비판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앞서 안 후보를 향해 “시장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를 구분할 줄도 모르는 사람"(국민의당 창당 이후)”, “자칭 대통령 후보라고 하는데 좀 우스꽝스럽다"(지난 1월)고 평가절하해왔다. 안 후보도 지난해 1월 민주당이 김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있는 승리가 어려우면 원칙있는 패배가 낫다고 하셨는데, 원칙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5ㆍ18)광주학살 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국회의원을 했고,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앞장선 분을 당의 얼굴로 모신 게 원칙이냐”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대선에 출마했다가 최단기간에 출마를 철회한 분”이라며 “이미 국민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확인된 분이 하향세에 접어든 2위 후보와 결합하는 것이 국민에게 울림을 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참 영양가 없는 조합”이라며 “섞어찌개도 재료와 양념이 어느정도 맞아야 하는데 맹물로 맹탕을 끓여 무슨 맛을 내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공식 논평을 통해 “상왕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안초딩’을 두고, 박지원과 김종인은 ‘상왕 넘버1’ 자리싸움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김종인이 누구인가. 박근혜 정권의 산파였다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을 지휘했던 책임자였다. 민정당, 민자당, 새천년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만으로 5선을 한 역대급 철새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부활했다”고 주장했다.

박유미ㆍ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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