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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선정 ‘2017년 한국 50대 부자’… 40%가 게임·바이오·유통 등 자수성가형 부자

중앙일보

입력

자수성가형 부자의 선전.
포브스코리아가 조사·선정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의 특징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키운(inherited and growing) 부자가 아니라 스스로 부를 일궈낸(self-made) 케이스다. 50대 부자 중 19명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15위 내에 자수성가형 부자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4위), 김정주 NXC 대표(7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8위), 이중근 부영 회장(10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2위), 김범수 카카오 의장(14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15위) 등 7명이나 올랐다.
올해 부자 순위도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게임·엔터테인먼트‧바이오산업의 호황의 영향을 받았다. 4위 권혁빈 대표의 재산은 1조원 이상 늘어나 6조7923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새 24.49%가 늘었다. 권 대표는 상위 5명 중 유일한 자수성가형 부자다. 2002년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한 그는 2008년 중국에 수출한 온라인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가 크게 성공하면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텐센트가 유통을 담당하는 이 게임의 연간 매출은 1조5000억원, 로열티 수입은 6000억원에 달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3위)도 재산이 2800억원 넘게 늘어 1조6034억원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34위)도 1700억원이 증가해 1조2471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출시를 예고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흥행 기대에 올 들어 보유주식이 40% 이상 급증했고, 이 창업자는 지난해 7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가 뉴욕과 일본에서 동시 상장하면서 주식가치가 늘었다.

올해도 IT업계 스타 최고경영자(CEO)의 명맥을 잇는 신예가 출현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재산 1조5923억원으로 단박에 24위에 신규 진입하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부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5월 상장 예정인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최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지분 24.47%를 갖는 방 의장의 주식가치도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치고 부자 순위 7~8위로 올라간다.

한국 최고 부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재산(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재산 포함)이 지난해 14조4418억원에서 올해 18조7068억원으로 4조원 넘게 늘었다. 2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재산 7조4904억원의 배가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혁빈 대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6~10위에선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보다 재산이 5.88% 늘며 8위에서 6위로 상승했고, 대신 김정주 NXC 대표는 재산이 26.83%나 줄면서 순위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눈에 띄는 것은 1년 새 재산이 5000억원(22.73%) 정도 늘어난 박현주 회장이다. 그는 재산 3조54억원으로 지난해 14위에서 8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국내 최대의 ‘비(非)상장사 부호’로 꼽히는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48.63%,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48.63%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자산이 늘면서 그의 주식가치도 크게 뛰었다.
반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순위권 내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면서 지난해 7위에서 올해 15위로 급락했다. 신약 임상시험 지연,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계약 차질 등으로 한미약품 주가가 54%가 하락하면서 그의 재산도 4조4000억원대에서 1조9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임 회장과의 인연으로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2대주주로 올랐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지난해 31위에서 올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지난해 순위에 처음 진입했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재산은 1조1135억 원으로 1년 새 2700억원이나 늘었다. 41억 달러 규모의 4호 펀드 조성에 힘입어 순위가 47위에서 38위로 상승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47위)과 조현상 효성그룹 사장(49위)은 이번에 처음 순위에 들었다. 함 회장은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나며 지분을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고, 조 사장은 효성 지분을 계속 사들이며 지분율 12.21%로 2대 주주가 됐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19위), 구광모 LG 상무(48위),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50위)은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50대 부자 중 최고령은 이상일 일진·일진글로벌 회장으로 올해 만 78세(1938년생)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24.66% 늘어난 1조132억원이다. 1973년 섬유사업으로 창업한 일진은 컨테이너 및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연소 부자는 1978년생(만 38세) 김범석 쿠팡 대표였다.

50대 부자들의 재산은 전체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0명 중 절반이 넘는 27명의 재산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순위 20위 중 재산이 는 경우는 6명에 그쳤다. 국내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그룹 별로 오너 일가의 희비는 엇갈렸다. 삼성전자 주식이 폭등하면서 지분 3.38%를 갖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주식가치는 10조원을 넘었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재산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삼성 오너 일가의 재산은 지난해 25조7316억원에서 29조1848억원으로 무려 3조4500억 원이나 늘었다.

신세계 오너 일가 역시 재산이 크게 늘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재산이 21.6% 늘어난 1조6925억원으로 지난해 27위에서 20위로 상승했다.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32.28% 늘어난 1조3918억원으로 순위가 10계단이나 올랐다. 유통·식품 분야의 경쟁사인 롯데·CJ 등이 오너리스크로 휘청거리는 사이에 복합쇼핑몰(스타필드하남·코엑스) 등 신규 매장 오픈, 자체브랜드사업(노브랜드), 소주사업(이마트)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키운 덕분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몽니’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재산이 크게 줄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에 따른 관광객 매출 급감으로 그의 주식가치는 1년 새 2조2000억원이 날아갔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도 경영권 불화, 사드 배치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의 불매운동 등 잇따른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재산이 각각 14.48%, 28.24% 줄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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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보유 주식 지분가액을 집계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은 3월28일 기준 주가와 주식 수를 곱해 산정했다. 비상장 주식은 지분율에, 각 회사의 주당 순자산(연결재무제표 기준), 3월28일 각 업계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곱해 계산했다. 이후 비상장 기업임을 감안해 10%의 가치를 감산했다. 여기에 2015~2017년치 배당금, 주식매매로 얻은 차익을 더했다. 부동산과 그 외 금융자산은 반영치 않았다. 부부는 한 명의 재산으로 합산했고, 25세 미만의 자녀가 부모와 동일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도 부모 한 명의 재산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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