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ㆍ휴일 어린이진료 가로막은 의사들

중앙일보

입력

A 씨는 최근 세 살배기 딸이 손이 문에 끼여 당황했다. 하필 대부분 병원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어서다. 어쩔 수 없이 대기 시간도 길고 비싼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소청과의사회, 달빛어린이병원 참여 의사 사업방해 및 비방행위 #공정위, 소청과의사회에 과징금 5억원 부과, 검찰 고발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은 2014년 도입된 제도다. A 씨의 딸처럼 경미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어린이 환자가 야간ㆍ휴일에 문을 여는 병원을 찾지 못해 불가피하게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8월 평일 야간 11시∼12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 10개소를 처음 지정했고 이후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다. 지난해 현대리서치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5%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반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일부 병원 단체 측은 도입 시기부터 이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원 의사들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한 병원 단체에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대한소아청소년개원이사회(소청과의사회)에 대해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이 단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해 참여 취소를 요구했다. 사업을 계속하면 소청과의사회 모임 참여 및 선거권ㆍ피선거권 등을 제한하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또 소청과 전문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페드넷’에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의사들이 접속을 못 하게 했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페드넷을 통해 최신 의료정보, 구인·구직 정보를 획득하는데 접속이 제한되면 병원 운영 및 진료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과의사회는 또 사업 참여 의사의 이름, 경력 등을 페드넷에 공개하고 비방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4~2016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17개 병원 중 7개 병원이 참여를 취소했는데 이 중 5개 병원은 소청과의사회의 압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정희은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국민 건강 증진에 앞장서야 할 의료 전문가 집단이 권한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소아환자 등에 대한 의료서비스 혜택을 직접 차단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야간ㆍ휴일 소아 환자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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