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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포기했다...롯데마트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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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롯데마트스럽지 않은 얼굴로 변신한다. 27일 새롭게 문을 여는 롯데마트 양평점을 통해서다. 여기에 그간 보여주지 않던 실험적인 요소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반경 3㎞ 내에만 10개 대형마트와 할인점이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서남부 상권에 도전장을 낸 롯데마트 양평점을 26일 찾아봤다.

27일 실험적 요소 많은 양평점 개점 #3㎞ 내 대형마트만 10개로 초격전지 #'판매' 보다는 '휴식'과 '힐링'에 방점 #1층을 통째로 고객 휴식공간으로 꾸며

롯데마트 양평점은 매장면적 1만3775㎡(약 4167평)으로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다. 마트와 더불어 다양한 편의시설과 쇼핑몰이 합쳐진 복합몰 형태가 대세인 요즘, 단독 매장이란 점 자체가 새롭다. 롯데마트의 단독매장 개점은 2005년 6월 구로점 이후 12년만이다.

건물 외관부터 기존 롯데마트 색깔이 빠졌다. 목재의 질감과 색깔로 따뜻한 톤의 외벽에 하얀 글씨로 ‘Lotte Mart’ 간판을 달았다. 선명한 붉은 글씨로 간판을 달던 것과 대비된다. 매장 내부 인테리어도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나무색을 사용하는 대신, 조도는 높여서 현대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

롯데마트 양평점은 나무질감을 표현한 외벽으로 기존 점포화 얼굴부터 차별화에 나섰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양평점은 나무질감을 표현한 외벽으로 기존 점포화 얼굴부터 차별화에 나섰다. [사진 롯데마트]

무엇보다 롯데마트 양평점의 가장 큰 특징은 1층. 대개 대형마트의 1층은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고객이 처음 들어와서 마주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하지만 롯데마트 양평점은 1층을 포기했다. 이 공간을 판매가 아닌 고객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전부 내줬다.

1층 전체를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민 '어반 포레스트' 전경 [사진 롯데마트]

1층 전체를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민 '어반 포레스트' 전경 [사진 롯데마트]

1층 전체를 ‘도심 속 숲’이란 뜻과 ‘4가지 휴식(자연과 함께·건강하게·좋은사람과·나의 스타일을 위한)’이라는 뜻으로 어반 포레스트(Urban 4rest)로 꾸몄다. 나무와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여 있어 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오픈형 테라스가 있고 매장 중앙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계단식 좌석이 있다. 그 앞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어 고객들을 위한 연주회도 펼쳐진다. 서현선 롯데마트 MD혁신부문장(상무)은 “지역주민을 위한 소통과 휴식의 공간을 롯데마트가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족관에서 꺼낸 활어를 바로 회떠주는 클린 클라스 스테이션. [사진 롯데마트]

수족관에서 꺼낸 활어를 바로 회떠주는 클린 클라스 스테이션. [사진 롯데마트]

식품매장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색다르게 꾸몄다. 수산 매장엔 수족관과 함께 설치된 ‘클린 클라스 스테이션’에선 회를 뜨거나 참치 해체 작업 등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축산 매장 내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선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원하면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매장에서 바로 먹거나 테이크 아웃처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원할 경우 구워주거나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스테이크 스테이션의 모습 [사진 롯데마트]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원할 경우 구워주거나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스테이크 스테이션의 모습 [사진 롯데마트]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 매장인 토이저러스(Toysrus) 40호점도 들어선다. 토이저러스 매장에는 주요 동선 상에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포토존이 설치됐다. 해당 장소에서 ‘롯데마트 AR’ 앱을 통해 엘사, 아이언맨 등 인기 캐릭터들과의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롯데마트 양평점이 겨냥한 주요 고객은 30대 여성이다. 롯데마트 자체 분석결과 1차 상권으로 보고 있는 양평동, 당산동, 문래동의 20대~30대 인구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8.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젊은 층의 자연, 휴식, 힐링 등에 대한 높은 니즈에 부합할 수 있게끔 양평점 매장을 일반 대형마트 보다 내추럴한 요소를 강화했다는 것이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신주백 MD혁신담당 임원(상무)은  “개장 이후 경쟁사보다 30%정도 많은 일 평균 7000명 이상의 고객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 1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녹록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3㎞ 내에만 대형마트 10곳이 있을 뿐 아니라 100m 옆에는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있다. 주말이면 인근 교통이 코스트코로 가는 고객들로 마비 지경에 이른다. 특히 내년 중순에는 코스트코와 원래 건물주인 신세계그룹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 이마트의 창고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입점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롯데마트 측은 ‘휴식’과 ‘힐링’에 방점을 찍은 실험에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서울양평점은 쇼핑도 일로 여기게 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것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고객이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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