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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만경봉호' 수리해 '북~러 노선' 투입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만경봉호. [중앙포토]

만경봉호. [중앙포토]

"북·중·러 3국을 잇는 크루즈 운항도 검토 중이다. 항로를 원산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속에서 북한 만경봉호가 다음달부터 나선특별시와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화물 여객선으로 부활한다.
재일교포 북송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만경봉호는 일본의 독자 제재 방침으로 지난 2006년부터 일본 입항이 금지됐다.
사실상 폐선 상태의 만경봉호를 러시아 측이 수리해 정기노선(월 6회 왕복)에 투입하기로 한 배경을 논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만경봉호 노선 운영을 맡은 러시아 ‘인베스트 스트로이 트러스트’사의 블라디미르 바라노프 사장은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간 철로가 있지만 투입되는 열차가 적다”며 “해로를 이용하면 확실히 화물·여객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26일 닛케이가 보도한 바라노프 사장과의 문답.

日 언론, 러 해운사 사장 인터뷰 # "2006년부터 재일교포 북송 못해 폐선 위기" #"北 제안으로 배 수리…내달 8일 첫 운항" #"궤도 달라 철도 불편…해로는 9시간" #"북·중·러 3국 잇는 크루즈도 검토 중" #"북한제 의류, 러시아산 해산물 운송" #"외화벌이, 북한 벌목공 이용할 수도" #

-만경봉호를 운항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나선시를 방문했을 때 북한 해군대학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일본 입항이 금지된 이후 한때 학생 연습용으로 사용했지만, 5년 이상 나선항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선체 자체는 낡았지만, 튼튼하게 건조돼 큰 투자 없이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결국 대학 측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5월부터 수선에 들어갔다.
기기를 교체하고 내장 등 여객 부분도 전면 수리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만경봉호는 나진항에서 폐선됐을 것이다."

-지난 2013년 러시아 극동과 나선을 잇는 철도가 개통됐다. 항로를 신설할 필요가 있나?
"철로는 꽤 불편했다.
(철로 폭이 달라) 러시아 측 국경역인 하산에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여객용 열차는 4일에 1대뿐이다.
해로를 이용하면 9시간이면 화물이나 여객을 옮길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 비즈니스 교류도 늘리고, 경제관계 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
중국 훈춘(琿春)~나진을 연결하는 육상통로와 연계될 경우 3국간 경제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항로를 원산까지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첫 배에는 어떤 화물과 여객을 예상하나?
"여객의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외 러시아와 북한 사업가도 섞여 있을 것이다.
러시아로 가는 북한인 가운데 다수는 노동자로 예상된다.
물론 이들이 첫 배에는 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러시아로 가는 화물에는 북한제 의류 등이, 북한행에는 러시아산 해산물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동해로 나가는 나선을 중시하고 있다. 나진항 장기사용권도 취득했다. 제대로 이용되고 있나?
"최근 들어 대북 제재 영향으로 화물 취급량이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다.
러시아산 석탄을 나진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북·러 합영회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물류량은 매우 적다.
나진항은 대부분 빈 상태다.
그러나 나선은 물류거점으로서 부산을 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소련 시절부터 사업 차 나진항을 오갔지만, 외국기업을 위해 수년간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바라노프 사장은 인터뷰에서 “(항로 신설에) 정치적인 배경은 전혀 없다. 경제적 연결의 강화가 국제관계를 개선한다고 믿는다”고도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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