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넘게 차이나는 소방차 출동시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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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치구 별로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1분21초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화재사고 현장대응성 강화 위한 소방력 운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소방차 평균 출동시간은 2분40초였다. 반면 서초구는 4분1초로 1분 21초의 차이가 있었다. 이같은 통계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내에서 발생한 화재 2만8032건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연구원 측은 “소방인력·출동거리·교통혼잡 등의 이유로 자치구별 소방차 출동시간에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소방차의 출동시간(차고 이탈부터 현장 도착까지)은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재산·인명 피해 정도를 가르는 변수다. 출동시간은 종로구(2분40초), 동대문구(2분51초), 마포구(2분52초), 송파구(3분2초), 양천구(3분3초)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초구(4분1초), 광진구(3분51초), 강서구(3분50초), 강남구(3분44초), 용산구(3분 42초)순으로 오래 걸렸다. 서울시내 소방차의 평균 출동시간은 3분25초였다.

서울연구원이 분석한 화재 2만8032건 중 소방차느 대부분 5분 이내에 도착(2만7281건)했지만 5분을 넘긴 경우(751건·2.7%)도 있었다. 5분 이상 걸렸을때 평균 재산 피해액은 1061만원으로 5분 이내 도착한 것(292만원)보다 3.6배에 달했다.

원종석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소방인력 부족, 소방센터와 화재 현장 사이의 긴 거리, 교통혼잡 등이 소방차의 출동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소방차의 도착시간은 골든타임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시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는 소방인력이다. 서울의 소방관 1인당 담당 인구는 평균 1469명. 이는 홍콩(816명), 일본(820명), 미국(1075), 영국(1298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소방관 인력은 서울의 자치구에 따라서도 격차가 컸다. 소방관 1인당 담당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구는 중구(904명)였다. 종로구(1019명), 용산구(1928명), 마포구(2500명), 동대문구(2770명)순으로 적었다. 종로구와 마포구는 소방차 출동시간이 각각 2분40초(1위), 2분52초(3위)로 25개 자치구 중 빠른 편에 속한다.

소방관 1인당 담당 인구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성북구(4639명)였다. 은평구(4610), 노원구(4419명), 강서구(4331명), 송파구(4260명) 순으로 많았다. 강서구와 성북구는 출동시간이 각각 3분50초(21위), 3분35초(17위)로 오래 걸리는 편에 들었다.

서울시내 소방서는 23곳이다. 소방서가 없는 성동구와 금천구는 각각 광진구와 구로 소방서가 담당한다. 정기성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관 수가 부족한 지역은 잦은 교대 근무로 소방관의 피로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소방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까지의 도달 거리도 소방차의 출동시간에 영향을 끼쳤다. 출동시간이 짧은 편인 종로·마포·동대문은 평균 출동 거리가 1.2~1.3km인 반면 출동시간이 비교적 긴 편인 강서·서초구는 평균 출동 거리가 1.9~2km가량 됐다. 정 교수는 “출동거리가 먼 경우엔 시간 단축을 위해 소방서 산하 안전센터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방서간의 지원과 주민 참여 확대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원 연구위원은 “거리의 효율성을 감안해 자치구를 넘나드는 소방차 지원을 확대하고, 화재 초기 진압에 주민들이 동참하는 일종의 ‘주민 거버넌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기 소방재난본부 조직경영팀장은 “소방력 확충을 위해 올 7월 성동소방서가 신설될 예정이고, 2019년 금천소방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서준석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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