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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여론전 가열…환구시보 “대북 제재 중국내 광범한 여론 지지”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북핵과 제재를 놓고 치열한 여론전에 나섰다.

24일 환구시보는 사평(社評·사설)에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문장 몇 편이나 평양의 다른 어떤 동작으로도 베이징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며 유엔 대북 제재 참여는 중국내 광범한 여론 지지를 받고 있으며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인 23일 그리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성·대결성 언행은 이미 충분하다”며 북핵 문제의 대화 해결을 강조했다. [사진=CC-TV 캡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인 23일 그리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성·대결성 언행은 이미 충분하다”며 북핵 문제의 대화 해결을 강조했다. [사진=CC-TV 캡처]

사설은 “중국의 대북 정책은 매우 분명하고 예측 가능하다”며 “만일 평양이 고집대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석유 무역 제한을 포함하는 더욱 엄격한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북 석유 수출을 제한할 것임은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논평을 내고 “공식언론을 통해 우리가 핵·미사일 계획을 추진한것으로 하여 지난 시기 적수였던 미국을 저들의 협조자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그들을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며 어떻게 대하여야 하겠는가”라며 18일자 환구시보 사설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전통우호관계를 내세운 북한과 중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상호 비난전을 벌이는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후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선정적인 언어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이 석탄 수출을 차단한 이후인 2월 23일 내놓은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제목의 논평에 이은 두 번째 비난이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 북한 옹호론은 소수라고 못박으며 북한의 여론전을 차단했다. “중국 학계에는 줄곧 북한이 ‘중국을 위해 전방에서 보초를 선다’며 이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하건 베이징은 전략상 끌려가는 것 외에 선택이 없다는 논리가 전해내려왔다”고 밝힌 뒤 “만일 평양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단정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충격을 줬고 중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논리다.

중국내 민간 여론도 북한 편이 아님을 강조했다. “중국 국내에는 북·중 우호 유지를 북핵 반대 보다 우선하는 주장이 확실히 있지만 결코 중국 사회의 주류 의견이 아니며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실제 영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시대는 변했으며 생각 역시 조정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은 행동이어야 한다”며 대북 강경책을 촉구했다.

미국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새로운 신을 신고 여전히 낡은 길을 걸으면서 정확한 지점으로 가고자 한다면, 희망은 막막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과의 차별화를 요구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3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외교장관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성·대결성 언행은 이미 충분하다”며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각종각양의 의견에 속지 않고 해야할 책임을 방기하지도 않겠다”며 대화 중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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