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양 여성이 21일 오전 광화문 사거리 바닥에 골판지를 놓더니 주섬주섬 손바닥만 한 사진을 끼우기 시작했다. 골판지 상단 왼편에는 'My Travel Photo BUY for a FREE PRICE'라고, 오른편에는 한글로 '러시아 여행작가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해주세요'라고 매직으로 적어 놓았다. 그 아래엔 바닷가 풍경과 고양이, 다람쥐 등의 동물과 인물 사진 등이 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슬쩍 쳐다볼 뿐 사진을 사는 이는 드물었다.
광화문에 사진 좌판을 차린 여성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대학생 레라 악세노바(18)였다. 레라는 자신의 사진을 팔아 여행 경비에 보태며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다. 러시아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약 일주일 전에 한국에 왔고, 광화문에 사진 좌판을 차린 건 오늘이 이틀 째라고 했다.
사진 가격은 한 장에 1000원인데 어제는 열 장을 팔아 1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레라는 약 2년 전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로 블라디보스토크 풍경과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다음 여행지를 묻자 레라는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