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보고’ 전주 옛 4대문 안에 4층 이상 못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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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전북 전주시 중앙동 옛 전북도청 자리에서 발굴한 전라감영 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전주시]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전북 전주시 중앙동 옛 전북도청 자리에서 발굴한 전라감영 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전주시]

전북 전주는 후백제의 도읍이자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이 있던 도시다.

시, 문화재 보존위해 개발제한 조치 #“퇴락 원도심 투자 더 위축” 우려도

옛 전주부(全州府·1403~1949)의 4대문이던 전주부성의 풍남문과 동문·북문·서문 일대에는 역사자원과 근대 문화유산이 많다.

이중 보물 제308호인 풍남문 인근에는 한 해 1000만 명이 찾는 한옥마을이 있다. 이런 전주의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옛 4대문 내의 건물 신축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된다.

전주시는 20일 “풍남문과 전동성당 등이 있는 옛 전주부 4대문 안의 개발 행위를 제한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동·풍남동·노송동 일부 148만㎡(44만7000평)에 대해 4층 이상의 건축 행위를 제한하고 7층 이상은 신축을 전면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 14일 옛 4대문 주변 역사도심 지역을 개발행위허가 제한 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4~6층 건축물을 지으려면 반드시 전주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건물 신축과 증·개축을 엄격히 심사한다.

해당 지역은 전주시가 2020년까지 1056억원을 들여 ‘아시아 문화심장터’로 조성하는 원도심 330만㎡(100만 평) 중 핵심 공간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라감영과 풍패지관(객사), 풍남문 등을 활용해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이번에 건축이 제한되는 지역의 전체 건축물 6081개 중 7층 이상 건물은 0.2%(15개) 수준이다. 전체 건축물 중 95%(5764개)가 3층 이하 건물인 반면 10층 이상은 총 4개에 불과하다. 김종엽 전주시 생태도시계획과장은 “역사·문화 자산을 잘 보존하면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기를 잃어가는 원도심 내 건물들의 층수까지 제한하면 투자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경원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송은석(52)씨는 “일부 문화재를 제외하면 낡은 건물이 대부분인데 단순히 이를 보존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전주시는 층수 제한에 따른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방세를 감면해 주거나 지붕이나 담장을 쌓을 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옛 4대문 안에는 전주의 시대별 변천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건축물이 많은 만큼 항구적인 보전·관리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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