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뉴스] ‘스트롱맨=강한 사람’은 콩글리시 … 원뜻은 독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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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스트롱맨(Strongman)’을 자처한다. 그는 “강단과 결기를 갖춘 스트롱맨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강한 사람’이란 의미인 듯하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에선 다르다는 게 영어 능통자들의 설명이다.

“힘으로 다스리는 지도자 부정적 뜻
홍준표, 강한 리더로 이해는 오해” 

뉴욕타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코리아중앙데일리의 내셔널 뉴스 담당 에디터 데이비드 볼로츠코는 “스트롱맨이라고 하면 대개 ‘힘으로 다스리는 지도자’라는 다소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며 “스트롱맨이란 단어 자체가 한국 정치에서 (정통 영어와는) 다른 맥락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의 서울특파원인 최상훈 기자도 “스트롱맨은 스트롱 맨(Strong man·강한 사람)이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하고 쓰는 것 같다”며 “대개 독재자란 의미로 사용한다. 홍 후보가 ‘스트롱맨=강한 인격과 강한 정책의 리더’로 이해한다면 그건 오해”라고 했다. 이어 “혹시 (홍 후보의 말이) 영어로 번역될 때 ‘나는 독재자가 되겠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다”며 “콩글리시와 정통 영어의 격차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 중 하나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2012년 12월 17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표지 인물로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쓰며 ‘스트롱맨의 딸(The Strongman’s Daughter)’이란 제목을 달았을 때였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강력한 지도자의 딸’이라고 번역했다. 박 후보 측에선 ‘독재자’란 해석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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