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백악관 지고, 여름 백악관 뜬다

중앙일보

입력

베드민스터 전경 모스.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베드민스터 전경 모스.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말 행선지가 바뀔 전망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의 겨울시즌이 종료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굿바이 마라라고, 헬로우 베드민스터 #‘겨울백악관’ 마라라고 리조트 시즌종료 #‘여름백악관’ 베드민스터로 주말행선지 바뀔 듯 #마라라고는 럭셔리…베드민스터는 소박한 시골느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거의 매 주말마다 워싱턴D.C를 벗어나 따뜻한 남쪽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았다.
 이곳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골프도 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마라라고 리조트는 ‘겨울 백악관’으로 불렸다.

 앞으로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 ‘여름 백악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지역명을 따 베드민스터라고 불린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트럼프는 겨울엔 마라라고 리조트, 여름엔 베드민스터에서 여가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와 회동한 뒤 베드민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와 회동한 뒤 베드민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베드민스터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시절, 장관 후보 면접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장관 후보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취재진이 베드민스터 문 앞에서 진을 쳐야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이 베드민스터를 방문한 뒤 트럼프 정부에 기용됐다.
 ‘리조트 정치’는 사실상 그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와 베드민스터 앞에 서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와 베드민스터 앞에 서 있다. [AP=뉴시스]

 트럼프는 베드민스터를 2002년 3500만 달러(약 399억원)에 구입했다.
 36홀 골프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회원권 가격은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ㆍ2005년 기준)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2009년 베드민스터에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마라라고 리조트가 럭셔리한 고급 휴양지라면, 베드민스터는 시골 특유의 전원적인 분위기가 매력이다.

베드민스터 골프하우스 측면 모습.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베드민스터 골프하우스 측면 모습.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잦아질 것을 대비해 베드민스터 측이 최근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편에선 베드민스터 지역 주민들이 대통령 방문에 따른 교통체증과 세금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드민스터 골프코스.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베드민스터 골프코스. [트러프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베드민스터 시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베드민스터에 3일간 체류할 당시 들어간 경호 비용만 3683달러(약 420만원)가 들었다.
당시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65㎞ 떨어진 베드민스터까지 경찰 사이드카의 의전을 받으며 차량으로 왔다.
 스티브 파커 베드민스터 시장은 “트럼프가 3일씩 7차례 베드민스터에 올 경우 들어가는 경호 비용만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며 “시 정부 예산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스럽다”고 레오나르드 랜스 뉴저지주 공화당 의원에게 SOS 서신을 띄웠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베드민스터 주민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파커 시장과 타운홀 미팅도 가졌다고 한다.
한 주민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주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방문 때문에 세금 부담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더라. 팜비치 주민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파커 시장은 “백악관에서 경호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랜스 의원도 법무부에 대통령 경호 비용을 시 정부, 주 정부, 연방정부 중 어디에서 부담할지 보전 방안 등을 문의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현지 주민들 중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드민스터를 찾을 때마다 “시위로 맞이하겠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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