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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바라본... 문재인-안철수 '이미지 전쟁'의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첫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3초 법칙’. 심리학에서는 "첫인상을 통해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좀처럼 변하기 어렵다"며 ‘콘크리트 법칙’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재인 '내가 수권정당의 대표', 안철수 '나는 나야'

선거에서도 3초 법칙이 적용된다. 선거용 포스터, 선거 구호 등이 대표적이다. 한 장의 이미지로 유권자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선거용 포스터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제작된다. 소리 없이 치열한 선거전이다.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왼), 문재인(오른) 대선후보의 포스터.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포스터는 스틸컷으로 제작됐다.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왼), 문재인(오른) 대선후보의 포스터.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포스터는 스틸컷으로 제작됐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의 한 장면을 딴 ‘스틸(still)’ 사진을 선거용 포스터로 선보여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스틸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했다. 안 후보가 지난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양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치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포스터에 담았다. 심지어 당명도, 선거용 문구도 들어가지 않았다.

[사진 안철수 선거 포스터]

[사진 안철수 선거 포스터]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후보는 지난 대선과 달리 통상적인 포스터를 내놓았다. 파란색 배경에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담긴 이 포스터에서 문 후보는 유권자 시선에 맞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대선 20일을 앞두고 ‘문-안’ 양강 구도가 치열한 이때 양 캠프에서 고심 끝에 내놓은 선거용 포스터. 심리,홍보,사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할까.

각 당 대선후보 5명의 포스터 [중앙포토]

각 당 대선후보 5명의 포스터 [중앙포토]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포스터 경쟁도 일종의 이미지를 통한 심리전”이라고 말한다.

황 전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경우 과거 집권여당의 색으로 익숙한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 게 돋보인다”며 “전형적인 '톱스타(top star)' 전략을 택했다”고 평했다. 그는 “유권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이제는 내가 수권 정당의 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라이징 스타(rising star) 전략"이라고 평했다. 황 전 교수는 "안 후보는 파격적 시도를 통해 문 후보에게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의 포스터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안철수야’라는 ‘자기애(自己愛)’적인 메시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문 후보는 50~60대 보수층, 안 후보는 30~40대 보수층의 지지를 유도하는 이미지 전략을 썼다는 게 홍보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1950~1960년대 자유당 시절과 다를 바 없는 구도로 매우 정통적인 포스터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지지도가 취약한 50~6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푸른 색감과 ‘든든한’‘나라답게’ 등 고전적인 슬로건까지 담았다. 스마트한 포스터”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안 후보의 경우 선거용 포스터라기 보다 일종의 작품에 가깝다. 미국의 유명사진 매체 ‘라이프지’에서 볼법한 현장 사진”이라며 “유권자의 시선은 충분히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최근 안 후보의 포스터를 두고 ‘당명을 지워 보수표를 구걸했다’는 식으로 언급했는데,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포스터를 홍보해주는 역할만 했다. 추 대표의 발언만 없었더라면 안 후보의 포스터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물사진 전문가인 정치호 아트디렉터는 “문 후보의 포스터는 화이트 밸런스를 잘 맞춘 기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밝은 피부 톤과 고른 치아를 드러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뢰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포스터는 사실 실망스러웠다. 스틸샷에 과장된 포토샵을 적용해 문 후보 자체는 멋있게 표현됐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주름까지 드러난 현실적인 인물사진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포스터에 대해서 그는 “안 후보는 웜톤인데 붉은기를 강조해 지나치게 상기된 얼굴이 담겼다”며 “‘광고천재’ 이제석 씨가 자문한 작품이라고 홍보했는데, 포스터는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만큼 엘리트 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에 또다른 이미지 전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미지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스피치 스타일, 태도 등이 드러나는 생방송 토론이다.

오늘 밤 10시 문-안 후보를 비롯해 주요 대선주자 5명이 약 120분에 걸쳐 생방송 토론에 참여한다. 대선후보 토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된다. 새로운 방식에서는 이들이 어떤 스피치 스타일과 태도로 유권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할까.

김포그니 기자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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