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징계 만료 앞둔 ‘테니스 스타’ #24일 개막 포르셰 그랑프리로 복귀 #와일드카드 특혜 논란 불거졌지만 #티켓 이미 99% 팔려 상품성 여전 #징계 뒤 스폰서 줄자 자기 사업 키워 #이름 건 사탕제품 미 최대 마트 입점
징계 전 세계 4위였던 샤라포바는 현재 세계랭킹이 없다. 1년간 공식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랭킹 포인트가 소멸됐다. 2001년 프로 데뷔 때처럼 투어 대회(세계 100위 이내 선수들이 뛰는 주요 대회)보다 하위급 대회에 출전해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투어 대회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포르셰 그랑프리측은 메이저 대회에서 5회 우승했고, 포르셰 그랑프리의 2012~14년 우승자라는 이유로 출전권을 줬다. 게다가 조직위는 샤라포바를 위해 경기 일정도 조정했다. 1회전은 24~26일 열리는데, 샤라포바의 경기는 징계 종료 다음 날인 26일에 배정했다.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앤디 머리(30·영국·세계 1위)는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샤라포바가 대회에 나가고 싶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보즈니아키(26·여·덴마크·세계 11위)는 “규정이 샤라포바를 위해 왜곡됐다.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테니스계가 샤라포바를 선택한 건 상품성 때문이다. 앤디 로딕(35·미국·은퇴)은 ESPN 인터뷰에서 “(샤라포바의 특혜 출전은) 비즈니스와 도덕 사이 줄다리기에서 비즈니스가 이긴 것”이라고 표현했다. 18일까지 포르셰 그랑프리 입장권의 99%가 팔렸다. 그레그 루세드스키(44·캐나다·은퇴)는 “샤라포바가 나오면 입장권이 잘 팔리는데, 대회 주최자로서 당연히 데려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샤라포바는 현역 여성 스포츠 스타 중 가장 시장성 높은 선수로 평가 받는다. 미국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여성 스포츠 스타 수입 순위’에서도 2005~ 2015년 11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17세이던 2004년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이듬해 세계 1위에도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몸매와 얼굴, 그리고 금발까지 외모도 빼어나다. 샤라포바 스스로도 “사람들이 왜 나를 원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걸 안다. 아름다움이 먹히는 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스포츠 마케팅 스카우팅리포트』의 저자인 밥 도르프먼은 2010년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스포츠 스타는 경기력(performance), 인간적 매력 및 개성(personality), 순수함(purity)까지 ‘3P’가 중요한데, 샤라포바는 이 세 가지에서 모두 최고”라고 말했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금지약물 복용 파문으로 3P 모두에 흠집이 났다. 태그호이어(시계)·포르셰(자동차)·에이본(화장품) 등의 스폰서가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나이키·헤드(이상 스포츠 의류·용품)·에비앙(생수)은 스폰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포브스 순위에서 1위를 세리나 윌리엄스(36·미국)에게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그렇지만 2190만 달러(약 250억 원)나 벌었다. 1위 윌리엄스의 수입(2890만 달러·약 330억 원)조차 샤라포바의 2015년 수입(2970만 달러·약 339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지명 박사(스포츠경영학)는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품성이 뛰어난 선수는 드물다. 프로스포츠의 성공 제1조건은 대중들이 열광하는 스타다. 여자 테니스에 샤라포바를 대체할 스타가 나오지 않다보니 대중들도 쉽게 샤라포바를 용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