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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민에게 여운 남긴 펜스 부통령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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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7일 오전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오른쪽은 펜스 부통령 일행을 지켜보는 북한군. [사진 공동취재단]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7일 오전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지역을 바라보고 있다.오른쪽은 펜스 부통령 일행을 지켜보는 북한군. [사진 공동취재단]

“이 고지를 1달러에 팔아도 사겠다는 미국인은 없을 거야. 저쪽 중국인들은 25센트에도 사지 않을걸…. 이 전투의 생존자들이 죽을 때쯤은 가치가 변하겠지. 그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될 거야.”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 ‘폭 찹 힐(pork chop hill)’에서 미군 장교들이 나눈 대사다. 1953년 고도 300m의 연천 일대 야산인 폭 찹 힐을 두고 미군과 중공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휴전협정 직전 한 치라도 더 영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다. 243명의 미군이 전사했다. 미 45사단의 에드워드 펜스 소위는 그 사투의 공로로 동성훈장을 받았다. 소위의 아들이 그저께 아버지가 싸웠던 DMZ를 찾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다.

펜스 부통령의 아버지가 훈장을 받는 사진. [사진 펜스 부통령 트위터]

펜스 부통령의 아버지가 훈장을 받는 사진. [사진 펜스 부통령 트위터]


북한군 병사와 60m 거리의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한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며 “미국은 여러분과 100%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철갑같이 공고하고 절대 변치 않는다”며 “북한은 한·미 동맹의 결의와 힘을 시험 말라”고 결기를 내비쳤다.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최강도로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북측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4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북측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오바마 전 대통령이 5년 전 DMZ를 찾아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남북한만큼 자유와 번영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다”고 말한 이래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였다. 피로 지킨 동맹에 헌신하려는 모든 이의 다짐에 펜스 부통령은 자신감과 안정감을 부여해 주었다. 동맹의 역사는 바로 그 자신과 그 가족의 역사였다. 트럼프 집권의 일등공신이자 미 기독교와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이 큰 그의 선언을 김정은 정권 역시 새겨들어야 할 터이다.

안보야말로 국가가 생성된 근거이자 지도자의 으뜸 책무다. 사드 배치나 한·미 동맹 가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유력 대선후보들의 불안한 모습과 겹쳐 미국 2인자의 방한 행보는 적잖은 시사점과 여운을 남겨 주었다. 펜스 부통령의 한·미 동맹에 대한 약속과 각오를 다시금 높이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