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듣는 굉음, 수㎞ 밖까지 먼지구름" 상상초월 '폭탄의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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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리더니 집의 창문이 흔들렸다. 우리 집 앞에서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

아프가니스탄에 첫 실전사용된 MOAB 폭탄의 테스트 장면. [사진 위키미디어]

아프가니스탄에 첫 실전사용된 MOAB 폭탄의 테스트 장면. [사진 위키미디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국가(IS) 장악 지역에 투하한 GBU-43/B 폭탄의 위력에 대한 증언이다. 일명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GBU-43/B는 폭발력이 TNT 11t 규모에 이르러 비핵무기로는 최고 화력을 지닌다. 영어 앞글자를 따 ‘모압(MOAB)’이라고 불린다. 

미군, 아프간 IS 지역에 실전 첫 투하한 MOAB #미군 사령관 "트럼프의 별도 승인 안 받았다"

미국 CNN은 모압이 투하된 낭가르하르주 아친 일대에서 2 가량 떨어진 지역 주민의 말을 통해 폭발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 주민은 “지난 30년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겪으면서 갖은 폭탄 소리를 다 들었지만 이번 같은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와 아내가 모두 겁에 질려 울었다”고 했다. 투하 지역 3 근방에 사는 또 다른 46세 주민도 “귀를 찢을 듯한 굉음 뒤에 어마어마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라 방 안에서도 서로 얼굴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했다. 

모압은 폭발 순간 반경 500m를 무산소 상태로 만들어 모든 생물을 살상시키는 위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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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 관리는 이날 미군의 공격으로 IS 테러리스트 3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엔 약 3000가구가 거주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IS 세력이 장악한 뒤로 민간인은 모두 달아난 상태다. 미군은 지역에 ISIS 소속 600~800명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한편 미군은 모압 투하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별도 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존 니컬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폭탄 투하 직후 기자회견에서 “누구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군 지휘계통 내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자유를 누렸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2003년 이라크전 때 개발된 모압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폭탄 투하가 북한 등에 주는 경고성 메시지냐는 질문에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될지 모르겠다”며 “메시지가 되든 안 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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