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기 평양 노선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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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조선인민군들이 김 주석의 생가터인 만경대를 참배하고 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한다면 우리는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조선인민군들이 김 주석의 생가터인 만경대를 참배하고 있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한다면 우리는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중국국제항공(Air China)이 17일부터 베이징~평양 노선을 중단한다고 중국중앙방송(CC-TV)이 14일 보도했다. 15일 김일성의 105회 생일(4월 15일), 이른바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의 강도 높은 경고이자, ‘선제적 제재 조치’로 해석된다.

오늘 북한의 태양절 도발 막으려 선제 제재조치 #트럼프·시진핑, 전화 회담 뒤 이례적 북핵 공조 #북 총참모부 “청와대·미군기지 몇 분이면 초토화”

중국국제항공은 북한 고려항공 외에 북한에 취항하고 있는 유일한 해외 항공사다. 베이징~평양 노선의 마지막 항공편은 14일 오후 6시(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했으나 매주 월·수·금 베이징~평양을 왕복하던 CA121 편명의 재운항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사실상 폐쇄 조치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중국이 북한에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특별대표를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북한 측이 이를 거부하고, 14일 ‘대미 항전’ 메시지까지 내자 이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대북 접근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북·중 간 비행기 노선 폐쇄 조치는 지난 6~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그리고 나흘 뒤 ‘전화 회담’을 통해 미·중 양국이 전례 없이 ‘북핵 공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얼굴 왼쪽) 대통령은 시진핑(오른쪽) 주석과 중국의 무역 문제와 북핵 해결을 놓고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윗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여왔다.

중국국제항공은 2008년 초부터 평양 노선을 정기 편성했으며 그 전에는 중국 남방항공이 운항했다.

중국국제항공의 평양 노선 중단으로 북한을 오가는 항공편은 고려항공이 운항하는 평양~베이징, 평양~선양(瀋陽), 평양~블라디보스토크 정기편과 평양~상하이(上海), 평양~단둥(丹東) 전세기 노선만 남게 됐다. 고려항공은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로 투폴레프 Tu-204 여객기와 안토노프 An-148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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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의거, 북한 항공기의 운항 제한 조치로 고려항공의 취항 국가는 쿠웨이트·파키스탄·태국 취항이 막히면서 기존 5개국에서 중국·러시아 2개국만 남은 상태다. 안보리 결의 2321호는 여기에 북한 항공기의 화물검색 의무 및 필요 이상의 항공유를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앞서 14일 오전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평양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6차 핵실험과 관련해) 우리 최고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다.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도발’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전쟁을) 선택하면 우리는 전쟁을 하겠다”고 맞받았다. 특히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남조선의 오산과 군산, 평택을 비롯한 미군 기지들과 청와대를 포함한 악의 본거지들은 단 몇 분이면 초토화된다”고 위협했다.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 광기가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단계로 치달았다”며 “미국이 걸어오는 도발의 종류와 수위에 맞는 우리 식의 적중한 초강경 대응이 그 즉시 따라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들어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 기간(16~18일) 중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탄의 어머니’ 터트린 트럼프 … 북한은 전쟁불사론

“북, 핵실험 준비” 보도 나오자
핵 제외 가장 센 폭발력‘모압’
미, IS 근거지에 첫 실전 공습
펜스, 비상계획 갖고 내일 방한

13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은 미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는 확신이 들 경우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선제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북한의 핵실험이 장전 및 거총 상태’라고 전한 직후다.

이와 함께 미 공군은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의 동굴지대에 비핵무기로는 최고의 화력(TNT 11t)을 지닌 ‘모압’(GBU-43)을 실전에선 처음으로 투하했다. 명목상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때린 것이지만 북한 공습에 대한 사전 연습이라는 분석이다.

NBC방송에 따르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는 한반도 배치 구축함 2척 중 한 척은 현재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00마일(약 483㎞) 떨어진 곳에 대기해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미와 북한이 날카롭게 맞서 일촉즉발의 폭발 직전 상황에 처했다. 이같이 위험한 국면을 정확하게 고도로 관찰하고 경계해야 한다”며 “역사는 무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대화가 유일한 출구임을 재차 증명한다”고 밝혔다.

CNN 등은 미국의 ‘모압’ 투하와 관련해 “북한과 시리아에 ‘너희들의 지하 벙커 시스템에 우리가 이런 무기들을 쏠 수 있다’란 신호(signal)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폭스뉴스는 북한 최고지도부까지 언급했다. “김정일 은 이라크전 당시 40일 동안 지하 벙커에서 은신 생활을 했다. 이번에 지하 벙커를 타격하는 GBU-43을 사용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가 14일 아프가니스탄 아친 지역에 위치한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터널 복합시설에 투하한 GBU-43/B의 폭발 장면을 공개했다. 미군이 GBU-43/B를 실전에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폭발 전, 폭격 후 발생한 포연, 거대한 웅덩이가 생긴 모습. [로이터=뉴스1]

미 국방부가 14일 아프가니스탄 아친 지역에 위치한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터널 복합시설에 투하한 GBU-43/B의 폭발 장면을 공개했다. 미군이 GBU-43/B를 실전에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폭발 전, 폭격 후 발생한 포연, 거대한 웅덩이가 생긴 모습. [로이터=뉴스1]

실제 GBU-43 폭격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봐도 되나”란 질문에 “메시지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미국은 독자적으로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결국 핵심은 북한의 태도 변화”라 고 밝혔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과는 수위를 달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북 압박과 북한의 항전 불사라는 강 대 강 대립으로 한반도는 1994년 1차 핵 위기,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래 최고 수준의 긴장에 싸여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 부터는 시리아 공습과 아프간 공격을 통해 ‘말로 끝내지 않겠다’는 무력시위 압박과 중국으로부터는 과거에 볼 수 없던 압력을 받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않기로 하는 등 적지 않은 당근을 중국에 제시했다”며 “만약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할 경우 향후 한반도 정세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중국이 내놓는 각종 제재 카드도 그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김현기·신경진 특파원 
서울=최익재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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