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전과자'로 살던 30대 여자, 10년만에 누명 벗은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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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음주운전 전과자로 살던 30대 여성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조은경 판사는 14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35·여) 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김 씨는 2007년 12월 양주 시청 앞 도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벌금 100만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 조사 기록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음주운전 여부 모두 사실이다.

단, 죄를 지은 사람이 김씨가 아니었다. 실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김 씨의 올케 A 씨(36)였다. 수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A 씨가 김 씨의 명의를 도용해 죄를 뒤집어 씌웠다.

당시 경찰에 출석한 A 씨는 김 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차량등록증 사본을 제출했다. 경찰이 신분증 사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A 씨는 김 씨에게 과태료 100만원만 내면 된다며 사정했고. 김씨가 별다른 의심 없이 부탁을 들어주어 사건은 덮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몇 년 뒤 김 씨가 직장을 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김 씨의 범죄 경력 조회에 음주운전 전과가 있어 취업에 걸림돌이 됐다. 결국 김 씨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토로했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사건을 재조사한 검찰은 당시 김 씨가 양주가 아닌 부산에서 일하고 있었고, A 씨가 과거 명의도용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김 씨에게 재심 신청을 통보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신청했고, 14일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A 씨의 명의도용과 음주운전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했고, 경찰의 실수에 대해서도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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