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증도가자’ 보물 인정 못 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 여부 논란이 일었던 ‘증도가자(證道歌字·사진)’가 결국 문화재청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안건을 부결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소장자 김종춘(고미술업자)씨가 2011년 보물 신청을 한 이후 7년째 계속됐던 ‘증도가자’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문화재청, 101점 지정 안건 부결 #세계 최고(最古) 논란에 마침표

‘증도가자’는 13세기 간행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됐다는 활자다. 소장자 측은 금속활자본은 전하지 않지만, 1239년 목판으로 찍은 복각본 ‘증도가’가 남아 있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138년 이른 활자라고 주장해왔다.

관련기사

문화재청은 활자의 서체·주조·조판방식·출처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신청 활자와 복각본의 서체 유사성을 조사했다. 글자 모양·각도·획의 굵기 등에서 ’증도가‘를 찍는 데 사용된 활자인지 단정하기 어려웠다. 활자 크기도 복각본보다 크게 나타나 조판이 불가능했다. 활자의 출처와 소장 경위 또한 불분명했다. 다만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고려시대 것이라는 기존의 실험결과는 인정해 “고려시대 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고려의 먹이라고 확신할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현재로선 증도가자 여부를 더 이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고려활자임을 증빙할 자료가 확보될 경우 추가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