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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통아지 상담실] 친구의 불편한 농담,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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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리혜 기자]

[그래픽=양리혜 기자]

안녕, 난 통아지! 오랜만이야. 벌써 새 학기가 시작 된지도 한 달이 넘었네. 새로운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어? 아, 한참 친해지는 중이라고? 지금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친구들이 많을 거야.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같은 반 친구의 과한 농담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통아지에게 고민 상담을 해왔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친구의 농담이 어느 순간부터 불쾌하게 느껴졌대. 다른 친구들이 같이 있을 때 들으면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는 거야. 이렇게 불쾌하게 느껴진 농담 중에는 ‘성(性)’과 관련된 농담이 있기도 해. 이성 친구 간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처가 되기도 하고, 그 친구에 대해 거리를 두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 동성 친구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어. 불편한 농담을 던지는 상대가 꼭 친구가 아닌 경우도 있잖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던진 한마디, 때로는 모르는 사람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할 수도, 혹은 상처를 줄 수도 있지.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농담이니까 일단 참아야 할까? 아니면 화를 내야 할까?

이런 경우 기분은 나쁘지만 장난스럽게 넘어가는 친구들도 많을 거야. 기분은 나쁘지만 분위기를 깨기는 싫으니깐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가벼운 농담이라도 듣기에 불쾌하다면 그건 말을 하는 게 좋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게 왜 불쾌한지' 먼저 생각하는 거야. 성희롱과 단순한 농담을 구별해 생각해야 해. 친구가 무심코 던진 농담이 알고 보면 성희롱이 될 수도 있거든.

농담? 듣는 사람도 유쾌해야 농담이지!

[사진=JTBC]

[사진=JTBC]

"야, 친구끼리 농담한 거잖아. 기분 나빠 하지마.”

친구는 가벼운 농담을 던졌을 뿐인데, 기분이 나빴던 경험이 있니? 이런 상황에서 불쾌한 점을 바로 말하는 친구도 있을 테지만, 어떤 친구들은 내가 예민한 건 아닌지 생각하느라 말을 못하는 친구도 있을 거야. 친구의 이런 언행이 성희롱인지 단순 농담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야. 철저히 ‘나’에게 집중하면 돼. 친구가 나한테 한 행동이 성희롱인지 아닌지는 과연 누가 판단할까? 경찰이? 판사가? 그것도 맞지만 그 전에 가장 먼저 판단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야. 친구에게 이런 성적 불쾌감을 주는 성희롱 가해학생의 경우, 주목 받고 싶거나 튀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더 자극적이고 강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 처음엔 대부분 장난과 놀이처럼 시작을 해. 분위기를 주도하고 싶거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친구에 대한 성적인 농담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친구가 던지는 불편한 농담들이 성희롱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아. 성폭력이라는 것은 이런 사소한 농담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상대가 친한 친구여도, 선생님 혹은 그 어떤 사람이더라도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그건 성희롱이야. 농담은 듣는 사람도 유쾌하고 즐거워야 농담이거든.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성희롱일까?

성희롱의 정의는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설명할 수 있어. 여기서 말하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은 거창한 게 아니야.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성적 굴욕감 또는 성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니, 가해자의 의도를 불문하고 피해자(청취자)의 입장에서 해당 발언 또는 행위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유발했다면 성희롱에 해당돼. 즉,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굴욕적으로 느껴지거나 듣는 이에게 혐오감을 유발했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은 가해자가 되는 거지. 물론 그런 말을 들은 사람은 피해자가 되는 거고. 그러니까 학생들은 반드시 선생님이나 선배처럼 사회통념상 서열이 있는 관계가 아닌 친구 사이의 일이라고 해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혹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두는 게 좋아.

단체 카톡 방에서의 농담도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사진=JTBC]

[사진=JTBC]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언행만 성희롱에 해당될까? 최근 뉴스를 통해 알려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의 성희롱 사건’. 모두 한번쯤 들어봤겠지? 일부 학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같은 학교 또는 타 학교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성적 대상으로 삼는 대화가 공개돼 논란이 됐어. 결국 성희롱으로 간주돼 가해학생들은 법적 절차를 밟기도 했지.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여기에 의문을 가져. '카카오톡은 공개된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이고, 친구들과 장난으로 주고받은 대화가 법적 처벌까지 받아야 하는지' 말이야. 그런데 최근 일어난 사건들의 경우 대부분이 성폭력 가해학생으로 간주돼 법적 처벌을 받았어.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 백창원 변호사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오가는 성적인 대화 역시 해당 채팅방에 성적인 비하의 대상이나 굴욕감을 느끼는 대상이 함께 있다면 당연히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말했어. 청소년 상담 전문가 박현희 상담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성희롱의 형태 역시 문자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 실제로 카카오톡으로 성기 사진을 보내거나, 음란물을 고의적으로 보내 징계를 받는 학생도 있다고 해. 이런 일은 누군가에게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주는, 엄연한 성폭력이지.

[관련기사]연세대, 남학생 카톡방서 성희롱 논란 "주먹과 주절먹 사이?"(http:www.joongang.co.kr/article/21342916)

성적 모욕감은 이성에게만 느끼는 걸까? 동성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그렇다면 채팅방에서의 성희롱이 공개돼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사건은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 아무리 편한 동성 친구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라고 해도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야.

성적 희롱과 모욕에 대해 불쾌함을 느끼는 건 비단 여성만이 아니야. 동성간에 주고받은 대화라도 대화에 속한 남성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이런 경우 단체 대화에 참여한 남성 역시 성희롱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야.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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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

한 대학교의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등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주고받았고, 채팅방에 있던 다른 남학생이 이를 견디다 못해 외부에 공개해 가해자들이 무기정학처분을 받은 일이었어.

가해자들이 불복해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당시 가해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거야. “남학생들만의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를 했고, 피해자들이 옆에서 이를 목격한 것이 아니므로 성희롱에 해당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처분이 정당하다고 했지. “성적 농담을 하는 남학생들의 의견에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 실제 일부 남학생들에 의해 채팅방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내밀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

청소년 사이의 성희롱, 잘못된 성 관념을 심어주기도

청소년기에 자리 잡은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해. 그렇다면 이러한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많은 청소년들이 일부 잘못된 커뮤니티를 통해 ‘성(性)’에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대.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성 관념을 유발할 수 있는 게시물들이 여과 없이 개제돼서, 성적인 모욕감을 일으킬 수 있는 비속어나 이야기들이 확대·재생산돼 퍼지는 경우도 있다는 거야. 이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된 정보는 또 다른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 박현희 상담사에 의하면, 이렇게 퍼진 잘못된 정보를 어린 초등학생까지 접하는 추세라고 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게시물의 영향을 받은 초등학생이 성교육 시간에 성폭력을 연상케 하는 용어를 무심코 말하는 경우도 있대. 실제로 커뮤니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초등생 입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말투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뉘앙스의 단어가 자주 나온다고 해. 누군가 던진 가벼운 농담이 다른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해.

박현희 상담사는 성폭력 가해학생의 공통된 특징으로 ‘공감능력의 결여’를 강조했어. 성폭력 가해학생의 경우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동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돼 나타나는 일인 거지. 이런 경우 가해학생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해. 그래서 가해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교육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을 강조하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해.

친구의 농담이 불쾌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친구의 성적 모욕에 대처할 방법은 뭘까? 사실 대처 방법은 없어. 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없기 때문이야. 피해자가 미리 예방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무방비 상태로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대처방법이 있어도 이를 예방하기란 어렵지. 중요한 건 이런 일이 일어난 후야. 어렵겠지만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

내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걸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해. 백창원 변호사는 "친구 사이라면 그 친구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친구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래. 만약 선생님이 가해자라면 신뢰할만 한 다른 선생님 또는 교내의 익명 투고함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지. 그런 성향의 선생님은 다른 학생에게도 같은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주변 친구들에게 알려서 피해사례를 수집한다면 더욱 좋아.

[관련기사] "전쟁 나면 위안부 가야지" 학생들 성추행 성희롱한 여고 교사(http:www.joongang.co.kr/article/19042794)

또, 성희롱 등의 일을 겪을 경우, 이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해두는 게 매우 중요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성희롱을 당했다면, 이를 공식적인 증거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지. 대화내용을 캡처해 저장하거나 ‘내용 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휴대폰 분실이나 교체 등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아. 가해자에게 직접 말할 용기가 없다면 바로 주변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도 나중에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해.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질 때, 혹은 직접 피해사실을 공론화할 용기가 없더라도 나중에 다른 피해사례가 발생했을 때 피해사례 수집을 통해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야. 도저히 누군가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메일의 ‘나에게 보내기’ 기능으로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 자신에게 보내두는 것도 한 방법이야. 주위에 누군가 있었다면 그것도 기록해야겠지. 나중에 가해자와 진술이 엇갈릴 때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냥 메모가 아닌 이메일의 ‘내게 쓰기’ 기능을 이용하라는 이유는 작성 시점이 디지털로 기록되기 때문이야.

여기까지가 성희롱을 당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야. 그런데 성폭력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피해자만이 아니라 ‘목격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누군가가 성희롱을 목격했을 때, 방관자가 될 지 조치를 취할 지 고민하게 되지. 만약 방관자가 되었을 때,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어. 성희롱의 피해는 이성 간에만 일어나지 않아. 이를 목격한 동성 친구가 느낀 불쾌감도 성희롱으로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이런 성폭력에 직접적인 피해자건, 목격자건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내가 당한 일을 묵인하지 않고, 내 친구가 당한 일을 방관하지 않는 것. 이런 용기만 있다면 누군가의 불쾌한 농담으로 고민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글=이다진 프리랜서 기자 lee.dajin@joongang.co.kr
도움=백창원 변호사,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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