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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탄핵 대선, TV토론이 정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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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신용호라이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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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토론이 13일 시작된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5당 후보 토론회다. 모두 여섯 차례 열린다.

압축 대선, 스탠딩 토론, 홍준표 변수가 판 흔들 듯 #대통령 잘못 뽑아 혼란 초래, 이번엔 바로 골라야

TV토론은 레이스 막바지, 후보들이 직접 맞붙는 승부처다. TV토론의 신화는 존 F 케네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60년 미 대선의 첫 TV토론에서다. ‘신인’ 케네디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당시 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을 꺾었다. TV토론 덕을 본 우리 대통령으로는 DJ(김대중)가 있다. 차분한 말투와 구수한 스타일로 반DJ 정서를 걷어냈다.

최근 대선에선 TV토론이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정당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문재인이 맞붙은 18대 대선에선 영향이 미미했다. TV토론을 지켜본 뒤 지지 후보를 바꾼 게 박근혜 지지자 중 5.6%, 문재인 지지자 중 9.6%였다. 진영논리가 강했던 선거라 TV토론이 지지 후보를 바꾸기보다 선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영향력이 작용했다. 이명박·정동영이 겨뤘던 그전의 대선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다를 거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탄핵 대선이 만든 선거의 지형 때문이다. 3월 10일 탄핵 이후 대선일까지 두 달이 안 된다. 후보를 검증하고 살펴볼 시간이 짧다. 대선이 압축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별난 현상이 나타났다. 갑작스레 문재인의 대세론이 사라졌다. 불과 며칠 사이 안철수와 접전이다. 야당 출신 후보들을 놓고 진보는 문재인을, 보수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기현상도 처음이다. 지역과 이념 구도도 없다. 특히 안철수 지지표는 다수가 문재인이 싫은 반문(反文)표다. 이 표는 지지표에 비해 충성도가 떨어진다. 이들이 박근혜를 뽑을 때만큼 열정적으로 투표장으로 갈지 미지수다. 그런 만큼 안철수는 ‘왜 안철수인가’를 설명해야 한다. 이들이 반드시 투표장으로 갈 만큼의 지지층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포인트다. 문재인도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할 기회다. 문재인이 자신을 둘러싼 반문 정서를 누그러뜨리려면 DJ 스타일을 벤치마킹해야 할 거다.

둘째, 홍준표 변수다. 그는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다. 하지만 안철수에게 보수를 왕창 뺏겼다. 굶주린 사자처럼 달려들 게 뻔하다.

‘논리적인 독설’에 능하고 스스로 토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하는 그다. 최근 그가 방송에서 손석희 JTBC 앵커와 인터뷰 중 벌인 ‘막말성 설전’은 세간의 화제였다. 판을 뒤집어야 하는 그로선 문재인·안철수에 대한 도발은 대수도 아닐 거다. “얼치기 진보가 아니냐” “뇌물 먹고 자살한 대장의 비서실장 아니냐”면서 말이다. 유승민 역시 두 선두 후보를 괴롭힐 다크호스다. 여기서 문·안은 거친 질문에 정면 대응할지, 비켜갈지를 잘 선택해야 할 거다.

셋째, 스탠딩 토론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이다.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23일, 5월 2일 토론은 준비한 원고를 읽는 기조연설이 없다. 대신 후보들이 서서 토론하는 스탠딩 토론회가 첫선을 보인다. 스탠딩 토론은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이다. 후보들은 발언시간 18분을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원고가 없어 자신의 콘텐트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고 돌발 질문에 대한 순발력도 요구된다. 여기서 버벅거렸다간 대통령의 자질을 의심받는다. 발언시간이 정해져 있어 초반에 말을 쏟아냈다가 나중에 발언 기회가 없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잘못 뽑아 엄청난 낭패를 봤다. 그 혼란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조기 대선, 탄핵 대선을 치른다. 대통령을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그래서 TV토론에 더욱 주목한다. 유권자들은 일방적으로 후보들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뿐 그들의 환부를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TV토론은 그나마 그들의 날것을 볼 기회다. 완벽하진 않지만 스탠딩 토론처럼 시스템도 바꿔놓았다. 일부 특정인에게 의존하는 실력 없는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후보들은 각오하고 치열하게 덤벼야 한다. 유권자들도 두 눈을 부릅뜨고 결격자를 찾아내야 한다. 특히 승부를 가를 중도·부동층, 이른바 ‘스윙 보터(미결정 투표자)’들에게 한마디 한다. “이번엔 정말 신경 써 잘 뽑아 봅시다.”

신용호 라이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