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미국, 북한의 ICBM 요격 정말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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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군 관계자는 12일 “미 해군이 활용 가능한 이지스함을 총동원해 북한 미사일 요격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은 모두 4척의 이지스함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빈슨함은 1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3척의 이지스 구축함의 호위를 받는다. 칼빈슨함의 가세로 미 해군은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만 모두 16척의 이지스 순양함ㆍ구축함을 집결시킨 것이다.

◇요격은 가능한가?=미국은 2012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를 발사했을 때 요격을 준비한 적이 있다. 당시 새뮤얼 로클리어 미 태평양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ICBM을 요격할 수 있고 미 본토와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서 요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 해군은 북한 장거리 로켓의 예상 비행경로인 한반도~일본 오키나와~필리핀~호주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이지스함들을 배치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쪽으로 발사할 경우 일본 본토를 지나야하기 때문에 남쪽 방향으로 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발사된 은하 3호는 추진체 폭발로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실제 요격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국은 2012년 사례를 따라 이지스함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ICBM을 발사할 경우 이지스함의 AN/SPY-1 레이더와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가 북한 탄도 미사일의 경로를 추적한다. 미 해군의 공중조기경보기인 E-2D 어드밴스드 호크아이도 탄도 미사일 추적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탄도 미사일의 고도와 위치가 파악되면 이지스함은 SM-3 미사일을 발사해 이를 요격할 수 있다. SM-3는 최대 요격고도가 500~1500㎞에 이른다.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하다. 최신형 SM-3는 상대방 미사일을 직격해서 떨어뜨린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SM-3 미사일은 오랜 시간 진행한 테스트에서 높은 명중률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실전 요격 경험은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SM-3의 미사일 요격률을 84%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실제 요격률이 20% 가까운 것으로 추정했다.

◇요격 미사일 발사 버튼을 실제 누를까=미국의 북한 탄도 미사일 요격은 국제법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법적으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탄도미사일을 영공이 아닌 곳에서 요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일종의 ‘그레이존(Gray Zoneㆍ회색지대)'”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이 15일 전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을 호주 등 동맹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이번에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요격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격 실패시 역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에 실패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도 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유지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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