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죽었는데.. 백두산 호랑이 2~3마리 추가로 백두대간수목원(봉화)으로 옮기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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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 2∼3마리가 이르면 오는 6∼7월께 경북 봉화군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의 '호랑이 숲'에 추가로 방사된다.

지난 1월 2마리 가운데 1마리 만성신부전증으로 폐사 #종합검진거쳐 서식환경 좋은 백두대간 수목원에 방사하기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무진동 차에 싣고 시속 70km로 이동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과 대전 오월드에서 백두산 호랑이 수컷 각각 1마리씩 2 마리를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이송한 데 이어 서울대공원에서 사육하는 백두산 호랑이 2∼3마리를 추가로 옮기기로 했다.산림청은 "이번에 옮긴 다음에는 호랑이를 추가로 백두대간 수목원에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에 옮긴 호랑이는 모두 수컷이다. 이 중 대전 오월드에서 이송된 1마리(금강이)는 이송 9일 만인 2월 3일 만성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으로 폐사했다. 남아 있는 호랑이 '두만이'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다.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수목원에 방사된 지 9일 만에 폐사한 백두산 호랑이 금강이. [사진 산림청]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수목원에 방사된 지 9일 만에 폐사한 백두산 호랑이 금강이. [사진 산림청]

 산림청은 혈액검사와 육안 진단, 전문가 소견 등 철저한 건강검진을 거쳐 건강한 호랑이를 고르기로 했다. 백두대간 수목원 배준규 연구관은 “사람이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는 것처럼 호랑이의 건강상태도 철저히 점검해 옮길 계획”이라며 "당초 4월 중 옮길 계획이었지만 건강검진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상이 없는 게 확인되면 이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가로 옮겨질 호랑이는 암컷이 포함될 예정이며, 암·수 개체 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산림청은 호랑이의 예민한 성질을 고려해 이송작업도 철저히 준비하기로 했다.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보살핌 아래 무진동 항온항습 차량을 이용해 시속 70여㎞의 속도로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동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랑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백두산 호랑이를 추가로 이송한 뒤 2∼3개월의 방사 훈련을 거쳐 백두대간 수목원이 정식 개장하는 9∼10월 전에 방사를 마칠 계획이다.

 산림청이 백두대간 수목원에 호랑이를 옮기려고 하는 것은 호랑이 서식환경과 백두대간 호랑이의 상징성 때문이다. 백두대간 수목원 호랑이 숲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사육 공간(4.8ha)으로,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으로 꾸몄다. 기존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호랑이 대신 숲 속에서 뛰노는 호랑이를 구경하게 하겠다는 게 산림청의 계획이다. 수목원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호랑이 숲 내에서만 방사하고 탈출할 수 없도록 안전펜스를 설치했다.

 현재 국내에는 50여 마리의 백두산 호랑이가 전국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다. 호랑이 숲이 있는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인 5179ha 규모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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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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