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차로 중 4개가 고속도로에 편입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혼잡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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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강서구 방화터널 옆 아파트에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장진영 기자]

서울 강서구 방화터널 옆 아파트에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장진영 기자]

서울 강서구 방화터널 입구(올림픽대로 방향) 주변 아파트 외벽에 11일 ‘광명-서울 고속도로, 방화터널 통과 결사반대’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 3개가 걸려 있었다. 주변 곳곳에서 비슷한 글귀의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 주민 박성복(41)씨는 “고속도로가 뚫린다는데,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건설은 통상 지역 주민들에게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강서구 주민들은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강서구 주민들 도로 편입 계획에 반발 #주민들 “지하화·우회도로가 대안” #국토부 “건설비 늘면 사업성 악화” #지역 주민 반발에 10년째 지지부진 #전문가 “협의체 만들어 소통 필요”

이들이 반대하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총연장 20.2㎞)’는 강서구 방화동과 경기 광명시 가학동을 잇도록 설계돼 있다. 도로는 호남 내륙에서 충청을 거쳐 경기북부를 관통하는 ‘익산-문산 고속도로’(261㎞)의 일부다. 광명-서울 구간에만 9724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자체는 2007년에 시작됐지만, 주민은 물론 강서구청과 도로가 통과하는 서울 양천구·경기 광명시·부천시 등까지 반대하고 나서 10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명~서울 고속도로 구간.

광명~서울 고속도로 구간.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이 도로의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주장하는 정부와 거주자 이해 우선이라는 주민들이 충돌해 현재로선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다. 기존 설계대로 고속도로를 지으면 강서공고 앞 사거리에서 방화터널 양방향에 이르는 구간(643m)의 편도 3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고속도로로 바뀐다. 지역민들 입장에선 기존에 이용하던 도로의 절반 이상이 유료도로가 된다. 매연이나 소음 문제도 걱정스럽다. 여기에 고속도로 인근 동네가 누릴 수 있는 개발이익의 수준도 불명확하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방화대로를 달리던 차들이 방화터널에선 1차로로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심각한 교통 정체가 빚어질 것”이라며 “해당 구간을 지하화하거나 우회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익산-문산을 잇는 국토의 서부축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선 이 도로가 꼭 필요하다. 익산-문산 고속도로의 다섯 구간 중 ‘평택-수원구간’은 2009년에, ‘수원-광명구간’은 지난해 4월에 이미 개통됐다. ‘서울-문산 구간’은 지난 2015년에 착공했다. 도로의 허리 격인 ‘강서구간’만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국토부 내부에선 또 서울시와의 사업협의와 교통영향평가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온 만큼 주민들의 반대는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라는 시선도 있다. 우회도로나 해당 구간 지하화 요구에 대해서도 “우회로나 지하화는 비용 초과를 불러오고 이는 결국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김숙주 민자도로과장은 “서울시가 검토와 승인을 마친 상태고, 전문가들의 교통영향평가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가장 최근 개통된 수원-광명 구간의 경우 월 평균 교통량이 7만3000대로 예상 교통량을 5000대 가량 초과할 만큼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어 광명-서울 구간의 건설을 더 늦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로나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때마다 생길 수 있는 갈등 상황으로 ‘누가 맞다’식의 해결은 어렵다”며 “꼭 필요한 구간은 지하화하고 주민들이 이용할 경우 해당 구간의 요금은 감면해주는 등의 아이디어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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