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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내 일자리 언제 뺏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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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지영 기자 중앙일보
최지영 라이팅에디터

최지영라이팅에디터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이 만들어 낼 새 세상에 대해 기대와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걱정은 ‘기계 경쟁자가 언제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갈까’다. 지난 2월 세종대가 주최한 인간 번역가와 AI 번역 기계의 대결에서 인간이 이겼지만, 번역가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AI 기계로 대체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포를 느낀 듯하다. 동시통역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한 지인은 “단순 통·번역을 하는 프리랜서 통역가는 미래가 불안하다고 보고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로봇 페퍼가 일본에선 이미 1만 대나 보급됐고, 가격도 200만원 정도밖에 안 한다. 환자 호흡이 밤새 멈추지 않는지 잠도 자지 않고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소식에 간병인들은 떨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요즘 중학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도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로봇과 경쟁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을까”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함께 이달 초 인천대 김철홍 교수팀에 4차 산업혁명이 자동차 산업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용역을 직접 맡겼다고 한다.

무조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선 다르게 보는 견해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물류창고업 노동자 구인난이 빚어지고, 임금도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미국 전체 업종의 임금 상승률은 2.8%였는데 물류창고업의 시간당 임금이 12.15달러로 6%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이미 9만 명의 물류창고 근무자(정규직)를 고용 중인 아마존은 내년까지 2만5000명의 파트타임 근무자를 추가로 뽑겠다고 나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영속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존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임금이 오르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자동화 시스템에 더 많이 더 빨리 투자하고 있다. 결국 늘어나는 일자리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이런 반짝 희소식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온라인 유통의 폭발적 증가에도 창고, 물류 인력 임금이 오를 낌새조차 없다. 구인난이 벌어지는 미국과 달리 구직이 어려운 사람들이 별다른 기술이 필요없는 이 분야로 끊임없이 몰리기 때문이다.

제임스 베센 미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대단위 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다른 일자리로 이동시키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가장 큰 걱정도 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선주자들도 AI와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누가 더 준비된 후보인지 설전 중이다. 유권자들은 ‘수년 안에 로봇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갈 때 나는 어떤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전직을 하려면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최지영 라이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