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대북 최우선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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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긴장’ 기조를 이어 가겠지만 ‘4월 위기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제 군사행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가까운 시간 내에 핵·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타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던지지만 실제 액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로”(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라며 미국의 대북 언급 등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목표로 한 대북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그러나 “선제타격 가능성은 0%지만 미사일 공중요격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호주 언론은 이날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뜻을 호주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 6인에게 물어보니 #협상장에 북한 끌어내는 게 목표 #미,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 0%지만 #전쟁 직전 긴장 상황 계속 만들 것 #한·미 동맹 강화, 초당적 집중해야

시간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대북 압박이 실패하고 북핵의 위협이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군사행동) 가능성이 대폭 올라갈 수 있다”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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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최우선 대북정책=전문가들은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boycott)를 꼽았다. 세컨더리 제재는 북한의 개인·단체·기관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북한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사실상 타깃이다. 김성한(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외교부 차관은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에 내린 제재는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가짜 제재였다. 트럼프는 중국의 진짜 제재를 원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팔을 비틀어 북한을 압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과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과 중국·한국 모두를 떨게 하려고 긴장감과 압박을 늘려 갈 것” “미국이 긴장을 전쟁 일보 직전까지 일방적으로 높이려 할 것”이라고 각각 예상했다.

◆한국의 대응책은=김성한 전 차관과 김천식 전 차관은 한·미 동맹 강화를 주문했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중, 한·일, 한·러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기조를 초당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김성한), “대북정책의 목표를 한·미 간 공유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김천식)면서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을 상대로 한 중국의 외교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보자”고 했다. 김흥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일가가 중국 측과 물밑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광 위원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꺼낼 옵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인휘 교수는 “북한 문제와 한반도 안보 상황이 국내 정치적 논쟁으로 옮겨 가는 건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진짜 승자는=김현욱 교수는 “중국이 100일 계획, 경제대화 등 협의 채널을 만들어 미국의 일방적 압박에 대응할 기재를 마련했다”며 중국의 승리로 평가했다. 김흥규 소장은 “미국도 회담 결과에 만족했겠지만 일단 중국은 시간을 좀 벌었다”며 “중국이 더 만족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광 위원은 “중국이 먼저 정상회담을 원해 미국으로 달려갔지만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결과가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고 봤다. 김성한 전 차관은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무역적자 완화를 위한 ‘100일 계획’을 받아냈고, 대신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남중국해·대만·한반도 등 전략 사안에 대해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 양쪽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김천식 전 차관은 “정상회담에선 승부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철재·유지혜·김록환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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