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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부킹된 비행기에 타면 물어야 할 질문들

중앙일보

입력

항공기 오버부킹 문제는 드문 일은 아니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오버부킹으로 인해 탑승이 거절된 승객은 47만5000명이었다. 2015년보다 10% 증가했다. 이 가운데 4만1000명은 의사에 반해, 다시 말해 강제로 좌석을 빼앗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유나이티드항공에서 오버부킹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은 6만2895명으로, 승객 1만명당 0.43명꼴이었다. 강제로 내린 승객은 3765명이었다.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장에 있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장에 있는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항공사들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비행기를 놓치는 승객에 대비하기 위해 정원을 초과해서 예약을 받는다. 오버부킹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만약 예약한 승객이 모두 공항에 나타나서 좌석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면 항공사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하차할 승객을 선별한다. 


내가 탄 항공기가 오버부킹 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시카고에서 유나이티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무참히 끌려나간 중국계 미국인 의사와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선 항공사들이 오버부킹에 대응하는 방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오버부킹으로 인해 내릴 승객 선택은 항공사 권한 #자발적 하차냐, 비자발적 하차냐만 선택할 수 있을 뿐 #지난해 미국서 오버부킹으로 강제 하차한 승객 4만1000명 #환승 후 국제선 타야하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첫째, 오버부킹 됐을 때 어떤 승객이 내려야 하는지는 항공사가 선택하게 돼 있다. 항공사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승객은 자발적으로 내릴지, 비자발적으로 내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둘째, 항공사들은 우선 자발적으로 내릴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이때 보상대책도 함께 이야기한다. 유나이티드항공 사건에서는 처음에 400달러짜리 바우처를 제안했다가 아무도 나서지 않자, 800달러짜리 바우처, 숙박권 추가 등으로 보상액을 계속 늘려갔다. 

자발적 하차를 결정하기 전에 후속 항공편 일정과 보상 금액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교통부는 '다음 항공편은 몇시이고, 내 좌석 예약을 확약할 수 있나요?' '숙박과 식사, 공항과 호텔 간 교통편, 전화카드를 제공하나요? '같은 질문을 꼭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항공사는 다음 항공편이 한 시간 이내에 있는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 후속 항공편이 당초 도착 예정 시간보다 1~2시간 늦어지는 경우(국제선은 1~4시간)에는 편도 항공요금의 200%를 보상하되 최대 보상금액은 675달러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어지면 항공요금의 400%를 받을 수 있으며, 최대 보상액은 1350달러이다.

셋째, 자발적으로 내리겠다는 승객이 없으면 항공사가 강제로 내릴 승객을 선택한다. 선택 기준은 항공사가 미리 정해 놓는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자체 기준에 따라 승객 4명을 선택했다. 통상적으로 1) 항공권 구매 가격과 티켓 조건 2) 항공편 환승 여부 3) 체크인 시간 4) 항공사 멤버십 프로그램 등급 5) 동반 여행 인원수 등을 고려한다. 

보통은 항공권을 싸게 구매한 승객이 불리하다. 이번 사건 목격자들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 승무원은 피해 승객에게 "싼 항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환승 후 연결 항공편이 국제선인 경우라면 승무원에게 이 점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오버부킹된 해당 항공편 외에 후속 연결편까지 일정을 다시 조정하려면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항공사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제선으로 환승해야 하는 경우에는 강제 퇴거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늦게 체크인한 승객을 내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와 공항이 정한 체크인 데드라인을 넘겨서 공항에 도착한 경우에는 예약된 좌석도 잃을 뿐 아니라, 강제 하차하게 되더라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시간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해야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함께 여행하는 인원이 많으면 혼자 또는 2인이 여행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많은 인원을 후속 항공편에 배치하는 작업이 훨씬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오버부킹 상황에서 가능하면 개별 여행객을 이동시킨다.

해당 항공사의 멤버십 프로그램(frequent flyer)에 가입했거나 등급이 높으면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승객, 미성년자 승객의 경우에는 여러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강제 하차에서 제외될 수 있다.

탑승을 못하게 된 승객에게 항공사가 그 이유와 보상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미국 교통부는 규정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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