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족 오세요 … 줄잇는 실속형 종신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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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지현(35)씨는 가입한 개인 보험이 없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지금 하고 싶은 걸 미루지 않겠다”는 이른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인생 한 번만 산다는 뜻)족’이다. 김씨는 월수입 중 대출 이자를 갚고 남는 돈의 대부분을 취미생활과 외식·여행에 소비한다.

현 생활 즐기려 보험료 싼 상품 선호 #환급금 적어도 보장내용 우선 따져 #납입금 30~40% 낮춘 상품 출시 경쟁 #만기 땐 환급금 다 주는 보험도 나와

하지만 그도 지난해 아이가 생긴 뒤 종신보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책임질 가족이 생기니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사후를 위해 생전 월 25만원이나 되는 보험료를 지출하는 게 부담스러워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종신보험 같은 사망보험은 죽은 뒤 보험금이 나온다. 외벌이거나 자녀 등 부양가족이 많은 가장이 주로 가입하지만, 보험료가 월 20만~30만 원대로 비싸다.

김씨처럼 요즘 2030세대를 대표하는 ‘욜로족’이 종신보험 가입을 머뭇거리는 이유다. 생명보험협회 조사 결과 2012년 32.8%이던 사망보험 가입률은 2015년 19.8%로 3년간 13% 포인트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게 들고 보험금 받을 일이 많은 질병보험(81.8%)과 실손의료보험(56.8%)의 절반이 넘는 가입률과 대조적이다.

그러자 보험사들은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기존보다 30~40%가량 낮춘 상품이다. 대신 중도 해지했을 때 돌려주는 해지 환급금이 기존의 30~70%밖에 되지 않는다. 보험료를 덜 걷는 대신, 계약을 깰 때 돌려주는 돈도 적은 구조다. 해약만 하지 않는다면 싼 가격에 든든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5년 출시된 국내 첫 저해지환급형 인 ING생명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은 기존보다 보험료가 최대 25% 저렴하다. 가입자가 실속형(해지환급금 50%), 스마트형(70%), 표준형(100%)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뒤따라 나온 한화생명 ‘프라임통합종신보험’ 역시 기존보다 25%까지 보험금 할인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저환급 상품이지만 보험료를 다 낸 뒤에는 환급금을 깎지 않는 보험도 나왔다. 미래에셋생명 ‘시간의 가치’ 저해지환급형은 납입 기간 동안은 해지환급금이 절반이지만 납입 기간 이후에는 표준형과 동일한 환급금을 준다. 표준형(5762만원)과 저해지형(4892만원)의 총 납입액이 달라도 20년 뒤 환급금은 똑같이 5355만원을 주는 식이다(40세 남성 20년납 기준).

알리안츠생명 ‘소중한 통합종신보험’과 KDB생명 ‘오래오래 알뜰 종신보험’은 해지환급금 비율을 30%로 더 낮춰 선택할 수 있다. 50%, 70% 환급률을 선택했을 때보다 월 보험료가 싸다.

저해지환급형이 주목을 받다보니 납입기간 동안 보험을 해지할 경우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 ‘무해지환급형’ 특약도 출시됐다. 메트라이프생명 ‘변액유니버셜 오늘의 종신보험’ 무해지환급 특약은 보험료를 내는 동안 해지환급금을 주지 않는다. 대신 25%가량 싼 금액으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20년 납입 완료 후 4년이 경과하면 기존과 동일한 해약환급금을 준다. 40세 남성 20년납 기준 월 보험료를 1만1200원가량 아낄 수 있고 총 보험료는 268만원 가량이 절약된다.

저해지환급형이 매력을 갖는 이유는 안그래도 비싼 종신보험료가 지난해부터 5~6%가량 더 오르고 있어서다. 저금리에 수익성이 나빠진 보험사들이 최근 잇따라 예정이율을 연 2.5%수준까지 인하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인데, 이 수익률이 떨어질수록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를 올려받는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려가면 보험료가 6~7% 인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저해지환급형 만 찾아서는 곤란하다. 저해지·무해지 환급 상품은 보험을 끝까지 가져가야만 혜택을 받는다. 중도 해지할 경우 오히려 손해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납입 기간이 최소 10년으로 길다보니 가입 때 예상 못한 중도해지 사태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불황으로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보험 해약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 환급금이 20조11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임태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기에 보험 해약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수치상 입증됐다”면서 “중도 해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신보험은 구조가 복잡해 회사별 단순 비교가 어렵다. 최소 보험사 2~3곳의 견적과 주요 보장 내용을 비교한 뒤 가입하는 것이 좋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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