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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품은 리소토?’ …분노한 손님, 답답한 식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의 '뚝배기 리소토' 안에서 발견된 스마트폰. [사진 이누리씨 제공]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의 '뚝배기 리소토' 안에서 발견된 스마트폰. [사진 이누리씨 제공]

"야, 나 방금 이상한 거 본 것 같아!"

지난달 12일 서울 서교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회사원 이누리(28)씨의 일행이 이씨를 향해 소리쳤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테이블 한가운데에 있는 '뚝배기 리소토'였다. 이씨가 포크를 들고 뚝배기를 두세 차례 뒤적이니 네모난 금속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플라스틱 케이스가 씌워진 검은색 스마트폰이었다.

이날 모임은 친구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테이블 위 '불청객'의 등장으로 이씨 일행은 혼란에 빠졌다. 레스토랑 직원이 급히 나와 사과한 뒤 음식을 다시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식욕을 잃은 이씨 일행은 이를 거부하고 강하게 항의했다. 레스토랑 측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조리사가 음악을 틀어놓은 스마트폰을 뚝배기 속에 넣어놨다가 이를 깜빡한 채 리소토를 요리한 것이었다.

일행 중 일부는 이 식자 자리 뒤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중금속 중독등을 우려해 서울 시내 대학병원 여러 곳에 검진도 의뢰했다. 이씨의 일행인 임산부 김모(28)씨는 "태어날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지 걱정돼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레스토랑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5명에게는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사과 문자 한 통 보내는 게 전부였고, 나중에 만난 자리에서도 "당장 피해 증상이 없어 보험 처리가 힘드니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레스토랑 측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임산부를 찾아가 사과 드렸다. 다른 분들께도 문자 사과 후에 만나 위로금과 머리카락을 이용한 중금속 검사를 제안했다. 추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보험 처리를 하면 될 문제다"며 "지금으로선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 측이 "레스토랑 측의 태도를 보면 우리가 장기적으로 안고 갈 정신적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반발하고 나서 양측의 합의가 무산됐다. 이씨는 "법원에 민사 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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