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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야스쿠니 대체시설 약속 '펑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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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대체할 추도시설(국립묘지)을 건립한다는 일본정부의 계획이 무산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국립추도시설 건립 구상을 밝힌 지 2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에도 건설에 필요한 기초조사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종전기념일(15일)을 하루 앞둔 14일 "국립추도시설 계획이 표류하고 정부는 침묵하는 가운데 또다시 15일을 맞았다"고 꼬집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이 군신(軍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곳이다.

?물 건너간 계획=도쿄(東京)신문은 14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추도시설 건립 조사비를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지난 5일 추도시설에 대해 "지금은 결정된 것이 전혀 없고, 향후 상황과 여론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다음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큰 추도시설 건립문제를 피하고 있다"며 "총재 선거 이후 국회 해산.총선거 등 정치일정이 마무리돼야 생각해보겠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추도시설 건립은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민당 내에서 반대 여론이 많은 데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들의 지원 없이는 재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일본 유족회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후 8월 13일 참배했다.

일본 유족회 회장인 고가 마고토(古賀誠) 전 간사장은 지난 4일 "야스쿠니 신사의 존재를 없애는 논의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중국과 일본 간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을 방문 중인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13일 "국가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중국 국민의 감정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야스쿠니 신사=일본이 19세기 중반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치른 각종 전쟁에서 숨진 사망자 2백여만명을 군신으로 모시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기관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포함돼 있다. 15일이면 전국에서 일반 참배객 외에도 극우단체 소속 인사들이 몰린다.

각료들도 참배하는데, 올해도 3~5명이 갈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참배 후 한국.중국과 국내의 비판이 거세자 정부에 "국내외 인사가 부담 없이 참배할 수 있는 국립추도시설 건립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후쿠다 관방장관의 개인 자문기관으로 설립된 '추도.평화 기원을 위한 시설 검토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야스쿠니 신사와는 별도의 무종교 추도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 야스쿠니 신사 관련 주요 일지

▶ 1985년 8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일본 총리로선 처음 공식 참배. 한국 등 비판으로 다음해부터 중단

▶ 1996년 7월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생일날 비공식 참배

▶ 2001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공식 참배

▶ 2001년 10월 고이즈미 총리,한국.중국 방문해 일제 침략역사 사과. 새로운 국립추도시설 건립 검토 지시

▶ 2001년 12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자문기구로 국립추도시설 검토기구 설치

▶ 2002년 4월 고이즈미 총리 참배

▶ 2002년 12월 국립추도시설 검토기구, 별도 추도시설 건립 제안

▶ 2003년1월 고이즈미 총리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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