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 주석에게 사드 입장 전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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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후 황교안 대행에게 전화 … “한·미 동맹 중요성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북핵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끝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수시간 만인 8일 오전 7시20분(한국시간)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전 미 플로리다주 회담장에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북한 문제의 심각성 및 대응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고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 측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 대행 “한·미 동맹 연대 확인” #사드 중국 설득할 발판 마련 #틸러슨 “미국 나름의 길 준비” #중국이 북한 압박 안 나서면 #미국, 전격 행동 나설 뜻 시사 #첫 회담 공동 발표문 없어 #“북핵 해법 평행선” 관측도

이에 대해 황 대행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강력한 연대감이 다시 한번 확인된 뜻깊은 계기가 됐다”며 “한·미 동맹에 기반한 확고한 대비태세와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1박2일간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공동기자회견과 공동발표문도 없이 끝났다. 이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한 공식 언급도 나오지 않아 한때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갈등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황 대행과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실을 확인되면서 한·미 공조에 의한 공동 대응으로 사드 문제에 대한 대중국 설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황 대행에게 “정상회담에서 특히 한반도 및 한국 관련 사안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한국과 한·미 동맹이 나와 미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충분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교역·안보·북한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행동에 나설 것과,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이 보복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앞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이뤄진 현지 브리핑에서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시리아 공습에 대해 “이는 시리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보내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업무를 관할하는 정부의 고위 인사는 “미국이 시리아 공습 전 우리 측에 시리아 공습 이유 중 하나가 북한이라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알아사드 정권처럼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정상회담 성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리는 기꺼이 중국과 협력하고 싶다. 하지만 이 문제가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국은 나름의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리아 공습에 이어 미국 정부가 ‘독자 행동’을 밝힌 것은 향후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압박과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은 시리아 공습처럼 전격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시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한 미·중 정상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의 첫 대면에서 공동발표문조차 나오지 않은 것은 북핵과 사드 문제 등에 대해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법 마련에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일 동맹을 강조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또한 ‘세기의 회담’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았던 미·중 정상의 첫 만남은 6일의 만찬 도중 이뤄진 미국의 시리아 공습 때문에 묻혀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만찬에 앞서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응징을 지시, 지중해의 미군 구축함 2척이 시리아 내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군사 공격 조치다.

북 “동족 손잡는 게 살 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8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정세 논설을 통해 “(남한이) 들고 나온 미국과의 관계우선론, 동맹강화론은 본질에 있어 반공화국 대결론, 북침전쟁론”이라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아니라 동족의 손을 잡는 것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워싱턴=예영준·채병건 특파원
서울=정용환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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