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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축제에 벚꽃이 없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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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도역에 여의도 봄꽃 축제 장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나한 기자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도역에 여의도 봄꽃 축제 장소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나한 기자

“벚꽃축제에 와서 튤립 화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원래는 벚꽃을 배경으로 찍고 싶었는데…많이 허탈하네요.”
주말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윤중로. 국회의사당 뒷길이자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길로 유명한 이 곳에서 조재희(25ㆍ여)씨가 말했다. 그의 뒤로 길게 늘어선 벚꽃 나무들 중 꽃이 활짝 핀 것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구청에서 가져다 놓은 튤립 화분 앞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했다.

꽃이 다 피지 않은 벚꽃 나무들이 가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나한 기자

꽃이 다 피지 않은 벚꽃 나무들이 가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나한 기자

여의도 벚꽃축제 길에 설치된 롤러스케이트장도 텅 비어 있다. 김나한 기자

여의도 벚꽃축제 길에 설치된 롤러스케이트장도 텅 비어 있다. 김나한 기자

 ‘2017 여의도 봄꽃축제’는 지난 1일에 개막해 오는 9일에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올해 벚꽃은 개막 5일만인 지난 6일 피기 시작했다. 만개 시점은 이로부터 4~5일 정도 지난 다음주 중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상업체 예측 실패에 서두른 구청,기상 업체들 "이번엔 맞췄는데"

 개막날이 벚꽃 개화 시점과 크게 엇갈리면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된 셈이다. 목동에서 친구들과 벚꽃 구경을 하러 왔다는 홍민애(51ㆍ여)씨는 “꽃이 안 펴서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다. 벚꽃 축제인데 벚꽃이 안 핀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답답한듯 물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확인 결과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해 발표하는 기상 업체와, 정확한 개화 시기에 맞춰 축제를 열려는 구청 각자의 노력이 엇박자를 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영등포구청은 2015년 4월 10일에 여의도 벚꽃축제를 열었다. 당시 기상청에서 “벚꽃이 4월 9일에 개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해에 벚꽃 개화일은 4월 5일이었다. 만개 시점이 되어서야 축제를 시작한 구청은 “축제 끝무렵 주말에 가니 벚꽃이 다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2월에는 기상청이 “봄꽃 개화 시점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발표를 민간 업체에 이양해 국민의 선택권을 다양화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한 민간 업체 관계자는 “하도 틀려서 욕을 먹으니 두손 든 것 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발표 권한을 넘겨받은 민간 업체 ‘케이웨더’ 등은 4월 6일 개화를 예측했다. 구청은 이에 맞춰 4월 5일 벚꽃 축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도 실제 개화일은 4월 2일로 발표 시점보다 4일 빨랐다.  

지난해 여의도 벚꽃축제에서는 벚꽃 나무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벚꽃이 만개했다. [사진 영등포구청]

지난해 여의도 벚꽃축제에서는 벚꽃 나무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벚꽃이 만개했다. [사진 영등포구청]

 첫 발표 때 ‘굴욕’을 당한 민간 업체들은 절치부심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작년에 틀려서 욕도 많이 먹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번엔 정말 잘해보자고 마음먹고 정밀하게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올해 개화 시점인 4월 6일을 정확하게 맞춘 결과로 돌아왔다.

 문제는 올해 하필 구청측이 자체 판단에 나섰다는 것이다. 송희남 영등포구청 홍보담당자는 “지난 2년 연속 벚꽃이 예측보다 3~4일 일찍 개화하길래 이번엔 예측일보다 5일 앞당겼던 거다. 하필 올해에 예측이 딱 들어맞을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털어놨다. 결국 벚꽃 축제가 끝나는 이번 주말부터 벚꽃은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속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벚꽃 개화 시점을 맞추기가 이토록 힘든 이유는 기본적으로 너무 이른 예보에 있다. 벚꽃이 피는 시점은 매년 4월 초ㆍ중반쯤인데 예보는 한 달 전인 3월에 나온다. 이 역시 각 지자체의 벚꽃 축제를 배려한 것이다. 반 센터장은 “남쪽 지방은 서울보다 10일 정도 꽃이 먼저 피기도 하는데 최대한 일찍 알려줘야 다들 축제 준비를 잘 할 것 아니냐”면서도 “당장 일주일 후 날씨도 수시로 틀리는데 한달 후를 예측하는 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기후가 점점 변덕스럽게 변하며 지난 통계를 기반으로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최근에는 과거 통계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년 기후가 변덕스럽게 변해서 정확한 개화시기를 말하긴 힘들어질 것이다”고 했다.

 예측 자체가 어렵다면 이에 맞춰 벚꽃 축제 기간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구청 측에서는 “벚꽃이 만개하는 기간엔 인파가 하루 수십만명 이상 몰리기 때문에 지자체에선 교통통제와 질서유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축제 기간을 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한·하준호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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