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환자, 가장 젊은 도시 '세종'이 '경북'보다 3배 많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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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별 인구 10만명당 A형 간염 발병률로 세종이 가장 높다. [부산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광역시별 인구 10만명당 A형 간염 발병률로 세종이 가장 높다. [부산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2016년 기준 광역자치단체중에서 인구 10만명당 A형 간염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세종시(15.8명)로 나타났다. A형 간염 환자 수가 가장 적은 경북(4.7명)보다 3배나 많았다. 16개 광역시 전국 평균은 9.2명이다. 

 세종은 전국에서 평균 연령(36.8세)이 가장 젊은 도시다. 반면 경북은 평균 연령(43.8세)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시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A형 간염에는 더 취약하다. 이유가 뭘까.  

20대 A형 간염 항체 형성률 0.5%에 불과 #50대 이상 100% 항체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 #부산은 1년새 환자 10배 발생, 보건위생 비상

A형 간염은 어릴 때 걸릴수록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6세 이하의 경우 70%가 증상이 없다. 반면 30~40대에 A형 간염에 걸리면 보름정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끙끙 앓는다. 1950~60년대 위생환경이 취약했던 당시 유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A형 간염을 한 번씩 앓고 지나갔다고 한다. 현재 50대 이상 성인들은 A형 간염 항체를 100% 갖고 있다. A형 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평생 면역력을 갖는다. B형 간염 보균자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B형 간염이 수시로 재발하는 것과는 다르다.

경제성장으로 한국의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1970년 이후부터 A형 간염에 걸리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97년 A형 간염 백신이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접종률은 30~50% 수준에 불과했던 이유다. A형 간염은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기만 하면 평생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2009년 A형 간염이 대유행하면서 1만5231명이 A형 간염으로 고생했다.  2010년 정부는 부랴부랴 A형 간염을 1군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15년에는 국가 필수 예방접종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현재 4세 이하 소아들은 100% A형 간염 항체를 갖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A형 간염 백신들은 접종하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A형 간염 백신들은 접종하고 있다.

97년 백신이 도입되기 직전 태어난 1996년생 이전-1972년생까지는 A형 간염 항체 형성률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16년 기준 20~29세 의 A형 간염 항체 형성률은 0.5%다. 30대도 27%로 낮다.

부산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손현진 부단장은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20~40대는 일종의 시한폭탄과 같다”며 “식품이나 분변 등을 통해 1명이 A형 간염에 걸리고 나면 항체가 없는 주위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A형 간염에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A형 간염 환자와 밀접하게 생활할 경우 30% 정도가 A형 간염에 걸린다고 한다. 감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감염되고 환자 분변 등으로 전파된다.

특정 인구집단만 면역력이 없는 감염병의 경우 5~7년 주기로 대유행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손 부단장은 “2009년 A형 간염이 대유행했고 2011년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6년부터 다시 A형 간염이 대유행하기 시작했고, 201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형 간염 환자는 2009년 1만5231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0년 7655명, 2011년 5521건으로 줄다가 2012년 1197명, 2013년 867명으로 급감했다. 2014년 1307명, 2015년 1804명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다 2016년 4677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 3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감염자는 1200여 명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부산시는 지난해 A형 간염 환자가 382명으로 전년(39명)대비 10배로 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시 건강증진과 김동근 감염병대응팀장은 “A형 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감염 경로나 확산 지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올해 역학조사를 확대하고 추가경정 예산 5000만원을 마련해 A형 간염 환자와 밀접 접촉자 1200명에게 무료 백신을 놔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A형 간염 백신 접종비는 1회 4만원,  2회 접종에는 8만원이 든다.

손 부단장은 “A형 간염 확산을 막는 길은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해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를 늘려나가고, 역학조사관을 확대하는 등 인프라를 강화해 명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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