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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브레이크댄스 '짱'들 서울로 …Break Korea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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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11일 올림픽공원서 한국 첫 국제대회

국내팀이 세계대회 4년째 휩쓸자
유럽·미국 등 '선수들' 도전장

전운(戰雲)이 심상치 않다. "타도 한국"을 외치며 미국.프랑스.독일.일본.중국.대만의 '선수'들이 속속 집결 중이다. 무슨 선수들이냐고?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고 한 팔로 물구나무서면서 힙합 음악의 흥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브레이크댄스 댄서, 이름하여 비보이(B-boy)들이다. 왜 이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탄 것일까. 바로 11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리는 제8회 '비보이 유닛'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따지고 보면 싸움을 먼저 건 것은 우리다. 전 세계 비보이들에게 꿈의 대회로 불리는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를 4년째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02년 이 대회에 첫 출전한 팀 '익스프레션'이 우승한 이래 2003년에 2위(익스프레션)와 3위(갬블러)를, 2004년에 '갬블러'가 우승을, 그리고 지난해에는 '라스트포원'이 우승, '갬블러'가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매년 국가별 선발대회를 거쳐 한 팀만 출전할 수 있으며 전년도 우승팀은 자동 출전자격을 얻는다. 보통 20여 개국이 참가한다). 영국.프랑스 등에서 열리는 다른 비보이 대회도 마찬가지다. 한국 비보이들의 춤사위를 담은 비디오는 해외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교과서로 통한다. T. I. P의 김기헌(22)씨는 "춤을 가르쳐 달라는 외국 뮤지션들의 초청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스트포원의 리더 조성국(25)씨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인사하고, 태극기도 흔들고, 코리아 넘버 원이라고 말해 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우리가 유럽에서 새로운 한류의 주인공이 됐다는 자부심에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이번에 열리는 '비보이 유닛'은 2001년 시작해 올해로 8회를 맞는 행사다. 그동안은 국내 팀 위주의 행사였으나 이번에 각국 대표가 참가하는 세계 대회로 확대됐다. 대회를 준비 중인 커뮤니케이션-온의 김형석 팀장은 "세계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에서 한국 최고수와 겨루고 싶다는 외국팀들의 열의가 대단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프랑스는 현지 올스타들로 '드림팀'을 구성했다. 독일에서는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스타일크락스가 온다. 일본과 중국.대만은 지난달 지역 예선을 거쳐 출전팀을 확정했다.

한국은 대회 전날인 10일 예선전을 통해 본선에 진출할 2개 팀을 고를 예정이다. 라스트포원을 비롯해 리버스, T. I. P, 익스트림, 드리프터스 등 쟁쟁한 국내 고수 27개 팀이 신청한 상태.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가 세계 대회 정상보다 더 어려운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비보이 종가'를 자처하는 미국과 자존심 높은 프랑스의 대륙 간 대결도 화제가 되고 있다. 관람권은 네이버(www.naver.com)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질풍노도의 젊음을 현란한 춤사위로 분출하는 비보이들의 열기는 엄동설한의 추위도 녹이고 있다.

◆ 비보이(B-boy)=힙합댄스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남자. 즉석 음악에 맞춰 프리즈(한 손으로 땅을 짚고 물구나무선 채 멈추는 것), 윈드밀(온몸을 이용해 풍차처럼 돌리는 것), 헤드스핀(물구나무선 채 헬멧을 쓰고 머리로 회전하는 것)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

*** '비보이 신드롬'

홍대 앞에 전용극장 … 만화 '힙합' 드라마로

국내에 비보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김 팀장은 "80년대 수학여행 오락시간의 주인공이 록밴드였다면 요즘은 그 자리를 비보이들이 차지했다"고 말한다. 비보이들의 우정과 대결을 그린 만화 '힙합'(서울문화사, 총 24권)을 200만 부 가까이 팔아치운, 실제로도 1년간 SBS 쇼프로그램 댄스팀 리더로 활약한 춤꾼 만화가 김수용(34)은 그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우선 레벨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점점 어려운 기술을 배워 나가면서 이루는 성취감이 대단하지요. 파워 있는 격렬한 댄스가 주는 맛은 평범한 댄스와 비교가 어렵습니다. 특히 별다른 청소년 놀이문화가 없는 현실에서, 억눌린 흑인의 저항을 노래한 힙합 문화는 청소년들에게 탈출구가 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선수들은 강한 것일까. 김 팀장은 "춤을 즐기는 대신 몰입하는 경향이 많다"며 "인터넷을 통해 외국 유명팀의 장점을 즉시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는 스피드도 강점"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의 춤 대결은 전투처럼 치열하게 펼쳐진다. 보통 15분간 양 팀에서 한 명씩 나와 주거니 받거니 자신의 묘기를 선보인다. 단순히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수준과 선수 배열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돋보여 이길 수 있도록 '작전'도 잘 짜야한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비보이 전용극장이 서울 홍대 앞에 문을 열었다. 비보이들의 이야기를 다이내믹한 공연으로 담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보기 위해 500여 석의 공연장은 평일에도 거의 매진사례를 이룬다.

만화 '힙합'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신세대 그룹 동방신기의 출연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비보이 유닛' 대회도 준비 과정과 대결 과정 등이 김현성 감독에 의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5월 극장에서 개봉되고 행사 내용도 DVD로 만들어져 국내외에 판매될 예정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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