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맥주거품” “문재인이 거품” 불붙은 지지율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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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정치권에선 ‘지지율 거품’ 논란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특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이 안 후보의 지지율을 “맥주거품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민 의원은 6일 라디오 프로에서 “빠른 시기에 맥주를 따르다 보면 거품이 막 나오는 것처럼 (안 후보 지지율에도) 상당한 거품이 있다”며 “샤이 보수(보수성향의 숨은표)가 실제로 투표를 할 것인가, 그것이 득표율로 연결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안 후보 지지층의 경우 충성도가 낮아 선거 당일 반드시 투표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거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문 측 "샤이 보수, 투표로 연결 안 돼” #안 측 "유권자 의지를 평가절하” #투표 의향으로 거품 판단 못하지만 #TK 선거 열기 예전보다 낮아 변수

이에 대해 김영환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현재의 민심과 여론을 너무 안이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문 후보의 지지율이야말로 거품”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최고위원은 “패권주의적 후보의 집권을 경계하고 국민 통합을 염원하는 대구·경북 등 보수 유권자들의 의지를 민주당은 거품론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안 후보 지지층이 기권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안, 보수 후보들과 연대 땐 지지율에 영향

이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박원호 서울대(정치학)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투표 참여 의사 조사 결과가 실제 현실과 동떨어질 때가 많다”며 “민주당에서 안 후보 지지층 투표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 지지율이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레토릭에 가깝다”고 말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도 “투표 의향을 묻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답하는 비율이 안 후보 지지층보다 문 후보 지지층이 높게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선거운동이 과열되거나 드라마틱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등 변수에 따라 유권자의 투표 의향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없고 실제 투표행위가 있어야만 확인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는 문재인 후보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경우가 많다”며 “만약 안철수 후보에게서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쉽게 기권한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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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세헌 경북대(정치학) 교수는 “안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지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회창·박근혜 후보가 출마했을 때와 비하면 지금의 선거 열기는 한참 떨어진다”며 “그런 만큼 실제 투표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정치학) 교수는 “만약 안 후보가 보수 후보들과 연대를 통해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든다면 안철수 후보 지지층 중에서도 진보·중도 성향의 지지층은 반감을 갖고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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