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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초미세먼지가 겨우 1㎍? 환경과학원 "데이터 전송 오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해 백령도의 대기오염 측정망. 멀리 보이는 건물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측정소이고, 가까운 건물은 기상관측소이다. 강찬수 기자

서해 백령도의 대기오염 측정망. 멀리 보이는 건물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측정소이고, 가까운 건물은 기상관측소이다. 강찬수 기자

서해 백령도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1㎍(마이크로그램)일까?

대기오염정보 '에어 코리아'에 잘못된 수치 #환경공단으로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오류 #두 자리 숫자 중 뒷자리 숫자 하나 사라져 #2015~2016년 발생, 정확한 시기는 몰라 #"정책 수립 과정 등에는 영향 없어" 주장

최근 수도권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훌쩍 뛰어넘는 고농도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립환경과학원은 고농도 발생 시 중국발 오염물질의 비중이 80%가 넘을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수도권 사이에 위치한 서해 백령도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가 겨우 1㎍/㎥이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백령도에서 공기가 맑은 날에는 10㎍/㎥ 이하로 나올 때도 드물게 있지만 0~2㎍은 너무 낮은 수치인 셈이다.

서해 백령도의 대기오염 관측망 시설. 강찬수 기자

서해 백령도의 대기오염 관측망 시설. 강찬수 기자

5일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시민들이 미세먼지 오염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에어 코리아'에서 백령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0 혹은 1㎍, 2㎍ 등으로 표기된 사례가 2015~2016년에 수시로 발생했다.

더욱이 서울 시내에서 20㎍ 이상 측정되는 상황에서 유독 백령도에서만 낮게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홍유덕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측정치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고, 측정치를 정리해 '에어 코리아'를 관리하는 한국환경공단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규약에 따라 정해진 자릿수에 측정값을 넣어 보내는데, 데이터의 11번째와 12번째 자릿수에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입력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력 과정에서 한 자리씩 밀리는 바람에 10단위 숫자만 인식되고 1단위 숫자는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19'나 '27'을 입력해 전송했는데 뒷자리 숫자는 사라지고 앞자리 숫자 '1'이나 '2'만 사용됐다는 것이다. 

전국의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 코리아' 화면, 강찬수 기자

전국의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 코리아' 화면, 강찬수 기자

5일 현재는 에어 코리아에서 백령도 데이터를 조회해도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60일 이내 데이터만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 과장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그런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백령도 이외에 다른 지역의 경우는 그런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과학원 측은 측정치를 최종 정리해서 게재하는 '대기환경 월보'나 '대기환경 연보'의 작성은 정상적인 데이타로 작성됐고, 미세먼지 예측 모델링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 분석 등에서도 정상 데이터가 들어가 정책 수립 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부문의 한자원 활동가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미세먼지 오염 기여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인 백령도의 데이터가 시민들에게 잘못 알려지는데도 1년 이상 몰랐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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