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짙어진 정치색 … 아시아 영화 움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올 베를린영화제는 개막작 ‘스노 케이크’(左)를 시작으로 총 360편을 선보인다. 상영작 중에는 ‘관타나모로 가는 길’(中)처럼 정치적 논쟁성이 짙은 영화가 많다. 오른쪽 사진들은 장동건 주연의 ‘무극’과 한국영화 ‘태풍태양’‘방문자’‘피터팬의 공식’ 등으로, 각각 비경쟁의 다양한 부문에 초대됐다. 한국배우 이영애는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가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놓고 경합을 벌일 경쟁부문 초청작 19편을 포함해 총 360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베를린영화제는 전통적으로 정치색이 짙은 논쟁적인 영화들을 선호해 왔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디터 코쉴릭(57) 운영위원장은 "이번에 초청된 영화들은 모두 매우 정치적이고 현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이 선보일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코쉴릭 위원장은 "인권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이번 영화제에 가장 초청하고 싶은 사람들은 인권이 짓밟힌 채 쿠바 관타나모 미군 수용소에 갇혀있는 450명의 수감자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핵문제로 국제적인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란의 영화도 수년 만에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주최 측은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오프사이드' 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각의 작품을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낯익은 거장들도 다양한 신작으로 영화제에 참여한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로버트 알트먼 감독은 '프레리 홈 컴패니언'을, 프랑스의 클로드 샤브롤 감독은 '힘의 코미디'를 들고 베를린을 찾았다. 미국 시드니 루멧 감독도 '인 파인드 미 길티'와 함께 관객을 맞는다.

무엇보다도 자국 독일의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올 영화제의 특징이다. 경쟁부문에만 '소립자''레퀴엠''자유 의지''나의 스타가 돼 주세요' 등 4편이 포함됐다. 독일 영화계는 2004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터키 이민자의 삶을 그린 영화'벽을 향해서'(한국개봉명: 미치고 싶을 때)가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나치 치하 반체제 활동의 주역을 소재로 한 '소피숄의 마지막 날들'이 올 미국 아카데미상에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오르는 등 세계시장의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아시아 영화의 강세는 예년만큼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와 '겨울이다'외에 태국 펜엑 라나타루앙 감독의 '보이지 않는 물결'과 중국 판호청 감독의 '이사벨라'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있다. '보이지 않는 물결'은 한국배우 강혜정이 출연한 작품이다.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천카이거 감독의 '무극'은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장동건은 12일(현지시간) 열리는 '무극'의 공식상영에 맞춰 레드 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한국영화는 장편경쟁부문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대신 정재은 감독의 영화'태풍태양'이 청소년영화 경쟁부문에,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과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가 포럼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피터팬의 공식'의 주연 배우 온주완도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시고니 위버 주연의 '스노 케이크'다. 자폐증을 앓는 여성과 교통사고로 심한 충격을 받은 남성 간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폐막작으로는 폭력을 미학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이름난 미국 샘 페킨파 감독의 1972년 작 '관계의 종말'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특별판으로 상영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