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플래닛 부탄 편』 서문 마지막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추천해야 할 이유도 많지만 추천했다 욕먹을 이유도 그만큼 많다.
우선 여행비용이 비싸다.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부탄 1주일 여행상품은 300만원 정도. 네팔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트레킹’ 15일짜리 여행이 가능한 비용이다. 게다가 '자유'가 묶여있다. 부탄 여행은 반드시 가이드 동반이다. 식사 예약도 가이드를 통해야 하고, 호텔도 정해져 있다. 300만원대 상품은 3성급 호텔에서 1일 숙식(1박+저녁·조식) 100달러 선을 낸다.
험난한 일정도 발목을 잡는다. 부탄까지 가려면 꼬박 1박2일이 걸린다. 부탄 파루공항은 네팔 카트만두보다 직선거리는 더 짧다. 하지만 노선이 방콕-파루, 카트만두-파루뿐인 데다 파루행 항공편이 오전에 딱 한편씩만 있어 어디를 통하든 1박2일이 걸린다.
그럼에도, 부탄을 가야만 이유는 뭘까.
1 부탄, 그 자체가 관광상품
착륙 10분 전 밖을 내다보면 만년설로 덮힌 히말라야가 보인다. 날이 좋으면 에베레스트까지 볼 수 있다. 왼쪽 마샤강(Mashagang·7145m)부터 시작해 ‘테이블 마운틴’으로 불리는 종푸 강(Zongpghugang·7100m), 부탄 최고봉인 강카르푼숨(Gangkhar Puensum·7570m) 등 7000m대 준봉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3~5월, 9~11월 중에 가면 비행기 안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볼 가능성이 높다.
2 젖어드는 '8·8·8 리듬' 타종
새벽 4시쯤이면 종(Dzong·행정과 종교를 관할하는 성)에서 들려오는 새벽 도량석(세상을 깨우는 사찰 의식) 타종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절처럼 긴 여운을 뱉어내는 소리가 아니라 교회 종소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단말마처럼 짧게 끊어치는 소리는 평화롭게 전해진다.
3 맛깔난 나물
부탄은 국토의 7%만 농사지을 수 있고, 나머지는 산과 들녘이다. 게다가 “국토의 60% 이상을 숲으로 유지한다”는 정책을 펴는 탓이다. 농사 짓는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식료품이 귀하고 비싸게 팔린다.
부탄의 상차림은 우리와 비슷하다. 돼지고기 조림이나 나물류 등이다. 부탄은 나라 안에서 살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는 인도에서 수입한다.
4 길 가다 만난 원숭이, 산책 중 만난 독수리
2017년 1월 한국을 방문한 부탄의 레케이 도르지 경제 장관은 “부탄은 야생동물이 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실제로 부탄 여행 중 도출라 패스(Dochula pass·3150m) 근방에선 야생 원숭이 떼를 만났다.
5 타닥타닥 화톳불 소리 나는 잠자리
새벽 종소리와 더불어 부탄에서 가장 인상깊은 시간은 잠자리다. 부탄의 여러 곳에서 팜스테이(Farm stay)를 운영하고 있는데, 중부 지역 왕두 포드롱(Wangdue Phodrong)의 포지카(Phobjikha·3140m) 마을이 가장 유명하다. 부탄의 몇 안 되는 럭셔리호텔 아만코라 포지카(Amankora Phobjikha)를 비롯해 롯지(Lodge) 스타일 호텔, 그리고 대여섯군데의 팜스테이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체험은 방에 놓인 장작 난로다. 연기통을 창문으로 내지 않고 벽 속에 묻는다. 장작 불 붙이는 방법도 독특하다. 톳밥을 밑에 뿌려 불을 사리는데, 성냥불을 갖다대자마자 불이 일어난다.
글·사진=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