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 보이는 공기청정기…판매량 급증에 물량 부족 현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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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 김상선 기자

3일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 김상선 기자

중저가형 공기청정기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 하이마트 빅마켓점 직원은 4일 “고객들이 많이 찾는 20만원대 위닉스 제품의 물동량이 부족하다. 지점별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 물량을 해결하고는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어 잘 안주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잘 팔리는 제품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물량 부족 현상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공기청정기 품목에 ‘예약배송’ 딱지를 붙인 곳도 상당수다.
공기청정기 구매 희망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기청정기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친정 부모님을 설득해서 간신히 샀는데 15일 이후 발송이라고 한다”, “물건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비싼 타워형을 샀다”, “타워도 11일 이후 배송이다” 등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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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판매량은 급증세다. 전자랜드는 올해 1분기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3월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41% 늘었다. 

하이마트와 G마켓 역시 3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50% 증가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공기청정기 판매 대행을 하는 업체 ‘두림’의 관계자는 “폭발적으로 급증한 수요에 맞출 수 없어 일부 공기청정기 제품은 ‘예약 배송’을 하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예약 배송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에는 생산량 맞추기 비상이 걸렸다. 일부 품목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위닉스는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광주공장의 공기청정기 생산라인을 주말에도 완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1분기보다 판매량이 2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웨이도 공기청정기 생산 공장 3곳 중 2곳에서 이례적으로 야간 업무까지 하며 공장을 100% 가동 중이다. LG전자는 공기청정 기능을 가진 에어컨 판매량 증가에 따라 경남 창원공장 에어컨 생산라인을 주말에도 가동하고 있다.


4일 오후 시민들은 공기청정기를 사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82㎍/㎥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목동 하이마트 오목교점을 찾은 박소윤(36)씨는 “미세먼지가 매년 심해져 공기청정기를 보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에어컨에 공기청정 기능이 추가된 걸 살지 공기청정기만 살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주부 김영현(41)씨는 “집에 아이들이 있어 급히 30만원 안팎의 공기청정기를 한 대 구입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땐 미세먼지, 화학물질 제거가 가능한 필터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리랜서 박건상]

공기청정기를 고를 땐 미세먼지, 화학물질 제거가 가능한 필터가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리랜서 박건상]

업계에서는 미세먼지 문제가 일상화되면서 공기청정기 역시 계절성 가전제품에서 사계절 생활가전으로 거듭났다는 분석을 한다. 서울 성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가전제품 코너에서는 올해부터 공기청정기를 에어컨 등과 함께 눈에 잘띄는 곳으로 전진 배치했다. 

매장 담당자 이혜선 주임은 “이제는 공기청정기를 냉장고 같은 생활필수 가전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공기청정기는 아기 엄마들이나 호흡기질환자 등 일부 사람들만 찾는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하이마트 종암점의 한 직원도 “봄철에만 반짝 판매고를 올렸던 공기청정기가 이제는 사계절 내내 쓰는 생활가전이 됐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의 유해물질 제거 기능을 두고 갑론을박도 벌어진다. 일산화탄소, 라돈 등 일부 물질은 공기청정기로도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5년차 주부인 김보경(31)씨는 “아이 2명의 건강을 생각해 지난해 공기청정기 구매했지만 먼지가 눈에 잘 안보이기 때문에 기계에서 나오는 ‘청정 완료’ 표시를 믿는 수 밖에 없다. 실제 효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영옥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공기청정기 사용자들이 오해하는 게 실내 오염물질을 다 정화시킨다는 것인데 청정기는 먼지 제거 이외 기능은 한정적이다. 오염물질 제거에는 공기청정기 사용보다 청소ㆍ환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영익ㆍ김준영ㆍ여성국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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