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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엔터산업, 한류에 반격이 시작된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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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영화 시장만 연 400억 위안  
- 영화 속 고대도시들 복원해 여행지로 창조  
- 음악창작자에 수익 돌아가는 플랫폼 선보여

엔터차이나

창조경제. 중국에서는 창의경제라고 하는데요. 24일 보아오 포럼에서 다뤄진 창조경제의 부제를 보면 중국이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명확한 컨셉이 잡힙니다.

‘문명고국(古國, 문명이 오래된 국가)에서
문창강국(文創强國, 문화창조 강국)으로’

창조경제를 문화엔터테인먼트로 선명하게 규정한 것이죠. 안젤라 베이비 등 유명배우들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의 왕중레이 부총재, 영화배우 장쯔이의 남편인 왕펑 비트뮤직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중국의 창조경제 세션. 가운데가 장쯔이의 남편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왕펑이다. [출처: 차이나랩]

중국의 창조경제 세션. 가운데가 장쯔이의 남편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가수인 왕펑이다. [출처: 차이나랩]

왕펑(汪峰) 비트뮤직 대표(영화배우 장쯔이의 남편)=저는 대중가수인데 과거와 지금의 음악시장이 너무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제가 1집을 낼 때 녹음비까지 포함해서 10만 위안을 받았다. 지금은 솔직히 누가 돈을 주지 않는다. 음악 창작자 입장에서 보면 음악시장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도태된 것처럼 보인다.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이 음반을 내고 노래를 만들려 해도 일단 금전적인 부분이 걸린다.

영화와 음악을 비교해볼까. 영화 시장이 연간 400억 위안인데 음악은 얼마일 것 같은가? 90억 위안이다. 진짜 그런지 모르겠지만, 랍스터 시장보다 적을지도...(웃음).

그래서 제가 비트 뮤직을 만들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발표하고 팔리면 바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연결 지은 거다.

제가 믿는 구석이 있는데 바로 모바일이다. 여러분들의 휴대폰 안에 음악 한 두 곡쯤은 있을 것이다. 비록 CD를 사서 듣는 시대는 지났지만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음악 소비를 더 넓힐 방법을 찾으려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음악을 추천하고 그 음악추천에 만족하면 추천자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는 방식도 생각해볼만 하다. 이 역시 창조경제의 일환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왕중레이(王中磊) 화이브라더스 부총재=저희는 영화 찍는 회사다. 중국 전역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문화유적지들이 보호가 잘 안 되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과거 전란(戰亂)이후 복원되지 않은 곳도 있고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파괴된 지역도 있다.

저희는 사극을 찍을 때가 많은데 과거의 사료(史料)를 보고 옛 거리들을 다시 복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복원 작업이 끝나고 영화를 찍은 뒤에 그 부지를 다시 돌려줘야 하므로 세트를 허물어버릴 때가 있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여러 지방정부 중에 협조를 얻는 곳들을 찾았다. 충칭이 그러했는데 1942년 당시의 거리를 복원해냈고 충칭시 정부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도시가 영화를 통해 다시 재생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지원할 지방정부들을 찾고 있다. 여기 하이커우(보아오 포럼이 열린 지역)도 그렇다. 이걸 해보니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유용하다. 영화는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예술 방식이다. 저희가 거리를 복원한 뒤에 여행객들이 너무나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와, 충칭의 옛 거리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수백만 명이 와서 여행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하이커우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영화를 찍다보면 “중국은 정말 깊은 문명을 가진 국가구나”라는 걸 느낀다. 안후이와 후난 등 여러 곳을 돌며 느꼈다. 영화와 건축을 합쳐보자. 많은 중국의 도시에서 이미 없어진 문명들을 다시금 복원시키는 아름다운 작업을 해보자. 창사(長沙)의 옛 도시도 완전히 복원해낼 것이다.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 수천 년 문명을 지닌 중국은 영화라는 훌륭한 방식을 통해 산업과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제 딸만 해도 영화업계에 들어왔다. 창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덧붙이자면 왕펑은 음악 산업이 걱정된다 했는데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음악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한 문화방식이다. 영화는 이제 막 태동했다. 음악은 문제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감정을 갖고 있고 그 감정표현의 정점은 음악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중레이 [출처: 중앙포토]

왕중레이 [출처: 중앙포토]

데이비드 추(대만 화교이며 의류브랜드인 ‘노티카’의 창시자)=저는 패션업계에 종사해오면서 창조에 관해 계속 고민해왔다. 제가 보기에 좋은 디자인, 좋은 색감은 유니버설하다. 전 세계에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것 자체가 인류 진화의 산물이며 문화이다.  

요즘 문화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따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에는 오리지널함과 디테일함이 필요하다. 또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하더라도 로컬 문화가 갖고 있는 근원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름다움,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이 합쳐지면 그게 곧 문화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문화는 20~50년을 거치며 다시 돌아온다는 점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다시 올 때는 새로운 모습으로 오는 것이다. 선대들에게는 익숙한 것이어도 후대들에게는 처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앞서 패널들이 이야기한 “크리에이터(창작자)에게 인텐시브를 줘야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게 있어야 창작자에게 동기가 부여되고 문화 창조가 일어난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포럼 말미엔 중국 취재진으로부터 한국의 문화엔터 산업과 연관된 질문도 나왔습니다. “한국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하에 문화가 융성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이 질문을 들은 참석자들은 “기업 한 두 곳이 문화를 진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도) 정부의 도움이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락,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중국이 문화산업에서도 반격을 하고 있다. 중국서 인기를 끈 태양의 후예. 출처: KBS 캡처]

[중국이 문화산업에서도 반격을 하고 있다. 중국서 인기를 끈 태양의 후예. 출처: KBS 캡처]

몇 년 전이었죠.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등을 예로 들며 “중국도 문화창조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분발하고 나선 게 말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음악 등 전 분야에 걸쳐서요.

[하이난 보아오에서] 차이나랩 서유진, 정리=차이나랩 조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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