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식 수술 "이제 서울 갈 필요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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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전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60대 남성 환자(왼쪽 네 번째)와 의료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동산병원]

지난달 24일 오전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60대 남성 환자(왼쪽 네 번째)와 의료진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동산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심근 수축 기능이 정상인의 10%도 미치지 못했던 60대 남성 이모씨는 새 심장을 이식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경북 최초로 수술 성공 #말기 심부전 앓던 60대 일상생활 복귀 준비

수술은 지난달 24일 오전 진행됐다. 수술엔 동산병원 심장내과(김형섭·김인철), 흉부외과(박남희·김재범·장우성), 마취통증의학과(이용철·김현창·이지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심장이식팀'이 나섰다. 평소 심장 이식 수술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 왔던 이들은 고난도의 수술을 성공했다.

이씨가 앓던 병은 말기 심부전이었다. 말기 심부전은 여러 원인으로 심장의 수축 기능이 극도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폐부종, 전신부종, 호흡곤란, 소화불량, 복수 등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치료가 제대로 들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환자의 주치의인 심장내과 김인철 교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기존의 심장 질환 치료 후 생존하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말기심부전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최근 새로운 좋은 약제들이 개발됐지만 약물 반응이 없는 환자의 경우 인공 심장이나 심장 이식 등의 치료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지역에 사는 환자들은 심장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무조건 서울로 가야했다. 수술 후 면역억제제의 사용과 감염 예방 등 지속적인 관리에도 많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환자들이 서울의 특정 병원에 집중돼 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수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공여 심장의 허혈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남희 교수는 "동산병원이 이번에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함으로써 지역 환자들이 안전하면서도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고난도의 심장이식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동산병원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을 비롯해 부정맥, 판막질환, 고혈압, 대동맥질환 등 각종 심혈관질환을 집중 치료하는 심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최초 관상동맥조영술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5위권의 부정맥 치료 실적, 7000례 이상의 심장수술 경험을 갖고 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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