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수감 4일 만에, 내일 첫 방문조사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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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4일 서울구치소로 가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별수사본부는 2일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변호인 측에서 박 전 대통령의 심리적 준비 상황과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구치소 조사를 요청해 방문 조사가 실시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22년 전 반란수괴·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각각 안양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 때도 방문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오늘 출석조사 받으라 하자 #박 측, 준비 안 됐다며 하루 늦추고 #경호문제 들어 구치소로 오라 요구 #수사팀 주말에도 출근해 조사 대비

특수본 측은 조사 시기에 대해서는 “3일 조사를 요구했으나 변호인 측이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4일로 미뤄졌다”고 덧붙였다. 특수본 관계자는 “방문 조사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 형사8부장과 이원석 특수1부장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수본 수사팀은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주말에도 나와 보강 조사의 방법과 일정을 점검했다.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17일)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박, 첫 일요일 아침식사는 쇠고기뭇국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측의 방문 조사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실익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해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팀에 득이 될 게 없다. 잡음만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구치소 입감 나흘째를 맞은 박 전 대통령(수인번호 503)은 3.2평(10.6㎡) 규모의 독방(접견 공간 제외)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구치소는 예우 차원에서 수용자 6, 7명이 함께 쓰는 방을 독방으로 개조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접견 공간을 포함해 약 6.5평 크기의 독방을 사용했다. 식사는 다른 수용자와 동일하게 구치소 식단표에 따른다. 2일 아침식사로는 쇠고기뭇국, 소시지 볶음, 김, 김치가 제공됐다. 점심식사에는 감자고추장찌개에 미더덕 콩나물찜, 저녁식사엔 들깨미역국과 김치볶음 등이 나왔다. 요일마다 동일한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다음주 일요일의 식단도 같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중 한 명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달 31일과 1일 연거푸 구치소를 방문했다. 31일에는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1일에는 영치금·영치품을 구치소에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소 전까지 재판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에서 보석(보증금 납입조건 석방)을 요청할지도 관심사다. 보석은 법원이 보증금 납부, 재판 출석 등을 조건으로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혐의가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해 보석 결정을 받기 어렵지만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 중에는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법원의 허락을 받기도 했다.

유영하 변호사, 주말까지 이틀 구치소 방문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 구성을 바꿀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심판에서 파면되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까지 막지 못하자 변호인단의 대응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선임계를 제출하거나 사임한 변호사는 없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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