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원화도 해외선 순수예술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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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리처드 미켈슨 관장. “미술시장에서 그림책 원화의 예술적 가치가 점점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미켈슨 관장. “미술시장에서 그림책 원화의 예술적 가치가 점점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미켈슨(64) 미국 미켈슨 갤러리 관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그림책 원화 수집가다. 1979년부터 매사추세츠주 노스햄튼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의 갤러리는 5000여 점의 그림책 원화를 소장하고 있다. 이 중 원화 45점과 그림책 관련 작품 14점이 경기도 판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6월 25일까지 ‘칼데콧이 사랑한 작가들’ 이름으로 전시된다. 전시회 개막일인 지난달 30일 만난 그는 “그림책 원화는 단순한 삽화가 아닌 예술 작품”이라며 “컬렉터 수도 늘고 그림값 도 빠르게 오르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그림책 원화 수집가 미켈슨 관장 #“유명 작가 작품 100만 달러 넘어”

그가 그림책 원화에 매료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그의 갤러리 첫 전시회 작가였던 베리 모저가 80년대 초반 갑자기 그림책 삽화를 그리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그는 “당시엔 그림책에 들어가는 그림을 창작예술, 순수예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을 만든 뒤 원화를 버리는 출판사도 많았다. 모저의 도전을 처음엔 말렸지만, 그를 통해 그림책이 시와 그림의 감동을 합쳐놓은 새로운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털어놨다.

제리 핑크니가 그린 『알비다로와 말썽꾸러기의 꿈』 원화.

제리 핑크니가 그린 『알비다로와 말썽꾸러기의 꿈』 원화.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그림책 원화를 모았다. 그의 소장품 중엔 에즈라 잭 키츠와 닥터 수스, 모리스 센닥, 에릭 칼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도 상당수다. 85년부터는 매년 그림책 작가들을 대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쇼’를 열어 신인 발굴과 정보 교류 등에 나서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엔 미국 전역 30여 개 미술관에서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싶다며 그의 갤러리에 작품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그는 “미국 7대 미술관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 뮤지엄에서도 2013년 원화 전시를 했다”면서 “ 원화가 이제 순수예술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책 속 그림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예술 세계”라며 “그림책을 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원화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짚었다. 또 “2000년대 들어와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 컬렉터들이 젊다는 것은 그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신호다. 모리스 센닥·닥터 수스 등의 작품은 100만 달러(약 1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책 시장의 미래 역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독자층이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색채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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