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여권과 소지품 발견된 이준석 선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승객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해 국민적인 공분을 산 세월호 이준석(72) 선장의 소지품이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에서 발견된 가운데 그의 행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한 지 사흘째인 2일 펄 제거 작업 중 이 선장의 여권과 카드가 발견됐다. 물품이 발견된 곳은 선수 쪽 조타실 아랫부분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 이 선장이 해경에 구조된 장소다.

해양경찰청은 사고 발생 13일째인 지난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침몰 당시 이준석 선장이 홀로 탈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선장이 속옷 차림으로 탈출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46분이다. 이 시간은 최초 침몰 신고가 있은 오전 8시52분에서 54분이 지난 때다. 일부 선원은 오전 9시38분부터 탈출했다. [사진 해경]

해양경찰청은 사고 발생 13일째인 지난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침몰 당시 이준석 선장이 홀로 탈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선장이 속옷 차림으로 탈출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46분이다. 이 시간은 최초 침몰 신고가 있은 오전 8시52분에서 54분이 지난 때다. 일부 선원은 오전 9시38분부터 탈출했다. [사진 해경]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모든 승객을 탈출시킨 뒤 배에서 가장 늦게 내려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저버린 채 속옷 차림으로 첫 구조선에 오르던 이 선장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선장은 세월호가 기울 당시 승무원들과 조타실에서 머무르다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123정에 옮겨탔다.

당시 세월호 안에는 304명이 남아 있었지만, 퇴선 명령 대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내보냈다.

이후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이 선장과 선원 대다수가 먼저 빠져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또 참사 당시 승객 수백 명의 대피를 막은 선내 대기방송은 선사인 청해진 해운 측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증언이 나와 유가족들이 오열했다.

이 선장은 지난 2015년 11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익사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퇴선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둔 채 먼저 배에서 내린 것은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이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선장의 살인미수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선원법·해양관리법 위반 혐의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준석 선장은 최근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하고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선장은 인양 후에도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기 싫다"는 종전 태도와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인양 보도를 TV를 통해 접하면서도 심경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정 당국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선장도 세월호 인양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선장은 다인실에 수감 중이며 편지봉투 제작 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려 면회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