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꼭 돌아오길" 세월호 추모공간 된 목포신항

중앙일보

입력

2일 오전 11시쯤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앞 도로변. 남녀노소 30여 명이 45인승 전세 버스에서 내렸다. 차로 5분 거리인 주차장에 자가용을 주차한 뒤 셔틀버스에 옮겨타고 온 세월호 희생자 추모객들이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목포신항 출입을 막기 위해 둘러진 철제 울타리 쪽으로 걸어가 무거운 표정으로 곳곳에 녹이 슨 세월호를 바라봤다. 이화자(68·전남 해남군)씨는 “텔레비전으로 보던 것과 달리 직접 보니 더욱 처참하게 느껴진다”며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기도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거치될 목포신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목포신항은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전남 진도 해역에서 옮겨온 지난달 31일 이후 추모의 공간이 되고 있다.

 목포신항 철제 울타리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 수백개가 달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추모객들은 “남은 9명을 꼭 수습해주세요” “모든 희생자가 편히 잠들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의 품으로” 등의 문구를 리본에 적었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추모객이 다녀가면서 수없이 많은 리본이 달린 팽목항 난간과 비슷한 모습이다.

 추모객들의 연령대는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세월호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이들이다. 세월호가 거치될 철재부두 앞과 약 1.2㎞ 거리의 석탄부두에 마련된 주차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바빠졌다. 전날까지 44~45인승 버스 2대만 운영하다가 추모객이 늘면서 1대가 추가 투입됐다. 전날에는 해가 질 무렵까지 추모객이 찾아오면서 당초 계획보다 1시간 늦춘 오후 8시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됐다.

 목포신항을 찾아온 이들 중에는 유난히 가족 단위 추모객이 많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세월호를 자녀들과 함께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주한(10)·정환(9) 형제를 데리고 온 오영숙(39·여)씨는 다른 추모객들과 달리 스마트폰 카메라에 세월호를 담지 않았다. 오씨는 “사진을 볼 때마다 화가 나고 눈물이 흐를 것 같아 찍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포신항 일대에서는 추모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관계자들은 추모객들에게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또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엽서 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300여 명이 참여하는 '인간 띠 잇기' '도보순례' 등 추모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자원봉사자들도 찾아와 추모객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주변 쓰레기를 줍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목포신항 내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이 생활하며 가족의 유해를 찾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팽목항에서 옮겨온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에서 머무르는 가족들은 진도에서 보낸 3년처럼 목포신항에서의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오전 세월호에서 또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긴장했다가 이번에도 동물 뼈로 추정된다는 발표에 울며 상심했다고 한다. 희생자 가족 수십명도 목포신항 바깥쪽 공간에 천막 6개를 설치해 머무르며 제대로 된 선체 조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목포=김호·하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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