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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제청 거부권 행사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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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만약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제청을 할 경우 과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에 대해 한번도 대통령이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대법관의 임명권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중 누구에게 있느냐와 직결된 문제다.

현행 헌법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대법원장이 갖고 있는 대법관에 대한 '임명제청권'이 '실질적인 임명권'을 의미하느냐의 여부다.

대법원장이 실직적 임명권을 갖는 경우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대법관을 임명하는 행위는 형식적 임명권에 그치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률가 출신 청와대 관계자들의 견해는 "대법관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은 대법원장이 아닌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 절차가 형식적으로 주어진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들의 견해도 대체로 같다.

법무법인 지평의 윤영규(尹永圭)변호사는 "대법관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 쪽은 대통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다면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거부하는 행위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3권 분립과는 별개란 얘기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제청이 적절치 않다"는 의사를 사전에 표명하는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서를 접수시킬 경우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는 방법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제청서를 받더라도 국회에 동의안을 내지 않는 형식이 있을 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대법원에서 각계 의견을 모아 생각을 고칠 수도 있는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대법관 임명제청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야말로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점에서 곤혹스러움이 묻어 있는 발언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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