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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 정시 확대한다지만 … 수시가 지방 학생에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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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 서울 지역 10개 대학의 최근 3년간 입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시가 정시에 비해 일반고와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는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서울 지역 10개 사립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는 30일 서울 경희대에서 ‘학생부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을 열고 각 대학의 전형별 입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사립대들이 입시 결과를 함께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 10개 사립대 입시 자료 공개 #지방 출신 학종선 44% 정시선 29% #일반고도 정시보다 학종 비율 높아 #수도권·자사고는 정시·논술서 강세 #“정시 늘리면 강남·학원가만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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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10개 대학의 올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입학생 비율은 일반고 63.5%, 특목고 15.5%, 자사고 8.3%였다. 내신성적 위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일반고 비율이 92%나 됐고 특목고와 자사고는 각각 1.3%, 0.2%에 불과했다. 반면 특목·자사고가 강한 전형은 정시로 일반고 61.6%, 특목고 13.7%, 자사고 16.9%였다. 특히 자사고 비율은 학종의 두 배가 넘었다.

신입생의 지역별 분포도 전형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10개 대학 신입생 중 수도권 출신은 66.5%, 비수도권은 33.5%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학종에선 수도권 출신 비율이 56.1%에 그쳤지만 정시에선 70.6%에 달했다. 이런 경향은 10개 대학 대부분에서 유사했다.

전형별로 입학 뒤 대학 적응력에서도 차이가 났다. 지난 3년간 10개 대학 신입생의 중도탈락률은 평균 3.5%다. 중도탈락률은 자퇴나 휴학생 비율을 뜻한다. 이 중 학종 출신은 2.5%로 평균보다 낮은 반면 정시 출신은 6%로 훨씬 높았다. 학점 역시 학종 출신은 3.33점, 정시 출신은 3.17점으로 차이를 보였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결과를 종합하면 수시의 학생부 위주 전형(학종·학생부교과전형)이 고교 다양성과 지역 균형성 확보에 가장 기여한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학이 이례적으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동 발표한 것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시 축소론’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가 크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수시보다 정시가 공정하다는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사실 정시를 늘리자는 주장은 강남권과 학원가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학교의 입학처장들도 대부분 “학생부 위주 전형에 중점을 둔 대입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일선 고교에서도 정치권의 수시 축소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제숙 한영고 진학부장은 “고1 학생에게 정시는 3년 뒤 볼 시험일 뿐이지만 학종은 지금 현재 학교생활을 충실히 해야 하는 전형이라 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 수업에 충실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부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때문에 정시를 늘리자는 주장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문형수 광주 고려고 교장도 “정시 확대는 결국 지방 일반고의 고사를 불러온다. 설령 특목고·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도 강남 등 일부 지역 학교들에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수시 비중의 조절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종혁 수원 창현고 교감은 “학종 도입 이후 학교 수업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맞지만 학종을 준비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학생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시 비율을 약간 줄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 체제를 크게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역대 모든 정부가 자기만의 수능과 입시제도를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며 “정부마다 새로운 제도를 내놓을 게 아니라 계속 바뀌지 않을 입시제도를 만들기 위한 독립적인 절차와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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