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네이버 전시장. 모형으로 만든 빌딩 숲 사이로 1m 높이의 로봇 한 대가 들어온다. 주위를 살피듯 카메라를 돌리더니 빌딩 사이를 지나간다.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길을 찾는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살핀 로봇은 방향을 틀어 미로와 같은 빌딩 숲을 빠져 나간다.
내비·음악·AI 비서 기능 한꺼번에 들어간 커넥티드카 단말기도 공개
네이버가 처음 시연한 3차원(3D) 실내지도 제작로봇 'M1'이다. 이 로봇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위성항법장치(GPS)로 탐지되지 않는 실내 공간을 지도로 만들기 위해 제작됐다. 자동차 기술을 뽐내는 마당인 서울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는 전시장 구석에 세워두고 이 작은 로봇을 시연한 건 왜 일까.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본업이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차도 도로 위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영상 정보로 수집한 도로 상황을 빅데이터로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딥러닝(AI의 자기학습법) 기술을 고도화했다. 전국의 도로 관련 데이터가 수집돼 딥러닝을 거치면 마치 사람이 자주 다니던 길을 기억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위치를 파악하게 되리란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네이버가 자율주행차와 실내지도 제작로봇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는 IT 기술이 사람의 생활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송 대표는 "앞으로는 사람이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생활공간 속에 녹아들어 더는 배울 기술이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공간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AI 기술은 그런 시대를 준비하는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joongang.co.kr